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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100만원의 '몸값'... 절망의 끝, 전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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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 100만원의 '몸값'... 절망의 끝, 전종서

입력
2022.11.10 18: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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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새 시리즈 '몸값'서 장기매매 경매사 '주영' 역
"주영에서 희망 봤다는 DM에 사명감"

'몸값'에서 주영(전종서·앞줄 오른쪽)이 장기매매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티빙 제공

'몸값'에서 주영(전종서·앞줄 오른쪽)이 장기매매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티빙 제공

주영은 경매사다. 그가 값을 흥정하는 건 몸값이다. "신장에서부터 췌장, 간, 신장, 안구, 치아, 피부, 혈액 순으로 판매가 되고요. 아주 오랜만에 일반인이에요. 저도 기대가 되는데요." 값싼 감정은 끼어들 틈이 없다. 또박또박 팔 장기를 설명하고 "파이팅해서 가볼까요"라며 어수선한 장내 분위기를 단숨에 바로잡는 그는 베테랑이다. 장기매매할 '물건'도 직접 뗀다. 주 무대는 경기 가평 외곽의 한 모텔. 주영은 여고 교복을 입고 100만 원을 흥정하면서 원조교제에 달아오른 추악한 사내들을 유혹해 장기매매 시장에 되판다. 그래서 그는 곰팡이 취급을 받는다. 사회의 그늘에서 자란 그에게 사람들은 욕과 증오를 쉴 새 없이 퍼부었다.

티빙 새 시리즈 '몸값' 속 배우 전종서의 모습이다. 성매매와 장기매매가 동시에 이뤄진 모텔이 갑자기 무너진 뒤 그는 누군가에게 떠밀려 저수지로 떨어진다. 10일 화상으로 만난 전종서는 "'몸값'은 신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라고 했다. "'몸값' 속 모든 인물이 악인이었어요. 욕망에 솔직해 폭력성을 드러내고요. 그런 사람들에 둘러싸여 촬영 시간 대부분을 물에 젖은 채로 연기해야 해 힘들었죠."

전종서는 분노의 복판에서 주목받았다. 9일 콘텐츠 소비량을 조사하는 키노라이츠에 따르면, 전종서 주연의 '몸값'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 동안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통틀어 가장 많이 재생됐다. 영화 '버닝'(2018)에서 위태로운 청춘 해미를 강렬하게 연기해 데뷔와 동시와 칸국제영화제에 초대받은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2022)에서 자본주의 세상에 총을 휘갈기는 도쿄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세계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런 그는 K콘텐츠 시장에서 '절망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전종서는 "여러 콘텐츠를 다양하게 접하면서 나도 불안과 절망을 잊는다"며 "그런 점 때문에 연기를 사랑하고 불안과 절망에 직업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종서는 10일 "단편 영화 '몸값'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덧입혀 시리즈물로 새로 제작됐고 더 많은 분이 보게 돼 이충현 감독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편 '몸값'을 만든 이 감독은 그의 연인이다. 티빙 제공

전종서는 10일 "단편 영화 '몸값'이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덧입혀 시리즈물로 새로 제작됐고 더 많은 분이 보게 돼 이충현 감독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편 '몸값'을 만든 이 감독은 그의 연인이다. 티빙 제공

전종서는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이방인으로 자란 그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했지만 학교를 거의 가지 않았다. 제도권을 벗어나 주변을 배회했다. 그렇게 데뷔한 배우는 어둠이 짙게 깔린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작품 속 비틀거리는 전종서는 그래서 기괴하고 때론 더 처절하게 비친다. 이런 전종서를 통해 관객들은 '희망'을 찾기도 한다. "'몸값'이 공개된 후 '싸우고 욕하고 피 튀기지만 그사이에서 주영을 보면 희망차진다'는 DM(메시지)을 받았어요. 누군가에게 그 연기가 희망으로 다가갔다니 (배우로서) 사명감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지만요. 처음이었어요, 그런 감정은."

'몸값'은 2015년 공개된 14분 분량의 동명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어두운 미래를 그린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더해 6부작으로 만들었다. 주영이 악인들과 몸값으로 사투를 벌이는 사이 세상도 무너졌다. '천벌의 세계관'에서 살아남은 주영은 엔딩 크레디트 뒤에 뜨는 쿠키 영상에서 어디론가 나아간다. 전종서는 "결정된 상황은 아니지만 시즌2를 기대하며 시즌1에 참여했다"면서 "살아남은 인물들이 어디로 갈까가 흥미롭고 나도 거기에 합류하고 싶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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