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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처럼 감회 새로워"… 기적 생환 광부들 일주일 만에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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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처럼 감회 새로워"… 기적 생환 광부들 일주일 만에 퇴원

입력
2022.11.11 16:00
수정
2022.11.11 21:1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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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 생존자 2명 퇴원
"새로운 삶 주어져…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인생"
"광산 작업환경 안전하게 바꾸는 데 일조할 것"

경북 봉화 생환 광부인 박정하씨가 11일 오전 경북 안동시 수상동 안동병원 1층 로비에서 퇴원 소감을 밝히며 손을 흔들고 있다. 류수현 기자

경북 봉화 생환 광부인 박정하씨가 11일 오전 경북 안동시 수상동 안동병원 1층 로비에서 퇴원 소감을 밝히며 손을 흔들고 있다. 류수현 기자

“갓난아기처럼 감회가 새롭다.”

경북 봉화 아연광산 매몰사고로 고립됐다가 구조된 광부들이 11일 일주일 만에 퇴원하며 이 같은 소회를 남겼다.

이날 오전 경북 안동병원에서 퇴원한 작업조장 박정하(62)씨는 로비에 모인 취재진 앞에 초록색 점퍼에 청바지를 입은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먼저 “구조작업에 참여해준 동료들과 구조대원에게 감사한다”며 “오늘 막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살아 돌아간다는 생각을 못했고, 마지막 순간엔 삶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새로운 삶이 주어졌으니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가족의 소중함도 언급했다. 그는 전북 남원 부모님 묘소를 찾은 뒤, 가족들과 여행을 갈 계획이다. 박씨는 “갱도 안에서 나한테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느꼈을 때, 제일 소중한 게 가족이란 걸 새삼 느꼈다”며 “조금 더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홀했던 가족들에 대한 마음이 후회됐다”고 말했다. 또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 만큼 앞으로 뭘 하든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생환 광부 박정하씨가 작성한 감사 인사 편지. 박정하씨 제공

생환 광부 박정하씨가 작성한 감사 인사 편지. 박정하씨 제공

열악한 광산 작업환경도 지적했다. 그는 “저는 건강한 모습으로 이곳을 나가지만 전국 각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아직 어두운 막장에 있다”며 “부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향후 계획과 관련해 “광업이 한창이던 1980년대 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 게 현실”이라며 “광산 일을 더 할 수 없겠지만, 여전히 광산에 종사하는 동료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퇴원한 박씨는 자택인 강원 정선군에 머물면서 정신적 외상과 관련해 통원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경북 봉화 생환 광부인 박정하씨가 11일 오전 경북 안동시 수상동 안동병원 1층 로비에서 퇴원 소감을 밝히며 손을 흔들고 있다. 류수현 기자

경북 봉화 생환 광부인 박정하씨가 11일 오전 경북 안동시 수상동 안동병원 1층 로비에서 퇴원 소감을 밝히며 손을 흔들고 있다. 류수현 기자

이날 함께 퇴원한 보조작업자 박모(56)씨도 병원을 통해 소감을 전했다. 그는 “스스로 용감한 줄 알았는데 이번 사고를 겪으면서 발걸음 하나 떼기 힘들 정도로 무서웠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며 “이렇게 살아 나오니 어떤 역경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병원을 찾은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박정하씨에게 커피믹스를 선물하며 퇴원을 축하했다. 시추기 동원 등 구조비용 4억 원은 경북도에서 전액 부담한다.

두 광부는 지난달 26일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토사가 쏟아지면서 갱도 안에 고립됐다. 커피믹스와 지하수 등으로 버티다가 지난 4일 고립된 지 221시간 만에 구조당국에 발견돼 극적으로 생환했다. 이들은 구조 직후 응급실로 이송된 뒤 탈진, 저체온증, 근육통 등을 호소했으나, 이날 건강한 상태로 퇴원하게 됐다.

봉화 생존 광부 박정하씨의 아들 근형(왼쪽 첫 번째)씨가 퇴원 소감을 말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봉화 생존 광부 박정하씨의 아들 근형(왼쪽 첫 번째)씨가 퇴원 소감을 말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광산사고를 수사 중인 경북경찰청은 갱도에 토사가 쏟아져 내린 원인을 조사 중이며, 규정에 맞게 광산에 안전조치가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는 지난 6일 해당 광산의 운영업체가 관리하는 모든 광산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안동=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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