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간선거 승자는 론 디샌티스 지사
트럼프와 다른 젊고 역동적인 정치인
한국에서는 현 정치권 사라져야 가능
미국 중간선거는 트럼프 바람에 힘입어 공화당이 압승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공화당이 선전하는 데 그쳤다. 트럼프 바람은 미풍에 그쳤고 여기에 안도한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어둡기만 한 '트럼프 그림자'를 털어 버리고, 2024년 집권을 도모할 기반을 공고히 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초점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재선에 성공한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다. 그는 이제 트럼프를 따돌리고 2024년 대선을 향한 선두주자로 우뚝 섰다. 보수 여론을 주도하는 폭스뉴스는 디샌티스가 새로운 공화당의 리더라고 주저 없이 내세우고 있다. 1978년 평범한 이탈리아계 부모에서 태어난 디샌티스는 예일대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을 나왔으며 해군 장교로 복무하면서 이라크에서도 근무했다. 플로리다 동북부 지역구에서 하원의원을 3선하고 2018년 주지사 선거에 당선됐으며 이번에 큰 표차이로 재선에 성공했다. 40대 중반의 디샌티스는 트럼프와 바이든으로 이어진 노년 지도자에 식상한 사람들에게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플로리다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주로, 하원의원 28명을 선출하는데 이번 선거를 통해서 확실한 공화당 주(레드 스테이트)로 자리 잡았다. 디샌티스는 쿠바계와 히스패닉 주민들의 지지를 얻었으며 백인 여성들의 지지도 확보했다. 전통적인 보수 유권자 외에도 광범위한 연합세력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이민, 낙태, 세금 등 국내 문제에 있어서 디샌티스의 입장은 전형적인 공화당 노선이다. 그는 세뇌가 아닌 교육을 해야 하며, 범죄와 무질서가 아닌 법과 질서가 중요하고 개인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당초 트럼프는 그런 디샌티스를 지지했으나 나중에는 디샌티스를 경계해 깎아내리는 추태를 보였다.
예일대에서 역사를 공부해 탄탄한 교양을 갖추고 있으며 탁월한 대중 연설 능력을 갖고 있는 디샌티스는 군 복무를 자원했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 세대이지만 병역을 회피한 클린턴, 트럼프, 바이든과 구별된다. 이제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의사당 난동에 연루돼 있는 트럼프를 손절하고 집권 플랜을 짤 수 있게 됐고, 트럼프와 싸워왔던 민주당은 보다 젊고 역동적인 강력한 라이벌을 만나고 말았다.
우리는 우리 주변에 디샌티스 같은 인물이 있는지, 아니 그런 인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치권에 들어와 있거나 들어오려는 사람 중에 제대로 공부해서 인문사회 교양을 갖춘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를 생각하면 한심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이 끝없이 천박해지고, 그 행동이 갈수록 저질화하는 근본 원인은 여기부터 시작한다. 병역이 국민의 의무인 나라에서 총을 만져보지 못한 사람이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정당의 대표와 후보가 되는 현실은 한편의 희극이 아닐 수 없다.
거대 야당의 대표가 심상치 않은 온갖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그 정당은 그런 대표를 옹호하는 데 모든 것을 걸고 있으니 이 또한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의원들은 문자폭탄을 보내는 몰상식한 무리의 눈치나 살피고 있으니 이 역시 한심한 일이다. 이런 판국이니 제대로 공부하고 국정을 운영할 만한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올 수도 없고 들어올 이유도 없다. 현 정치권이 모두 뒤집어져서 사라진 뒤에야 디샌티스 같은 사람이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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