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제60주년 소방의 날이었다. 이태원 참사로 애도하는 분위기가 이어짐에 따라 소방청은 기념행사를 취소했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업무를 이어갔다고 한다.
다음 날인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구조대원과 소방서를 응원하고 격려하기 위한 조촐한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주인공은 위기에 처한 동물을 구조한 소방 영웅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가 주최하고 국회의원 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이 후원한 '제1회 119동물구조대상'이 올해 처음 생겼다.
심사를 위해 언론인, 시민단체, 법조인 등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사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심사를 할 수 있느냐"는 얘기가 있었다. 모두 고마운 분들인데 심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또 우열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두에게 상패와 상금을 수여하기는 어려워 동물구조출동 횟수, 진정성, 전문성, 사회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심사를 하면서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 2018년 3월 유기견을 구하기 위해 출동했던 소방차를 화물차가 들이받아 소방관 3명이 순직한 사고를 계기로 사람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동물 관련 신고에는 소방관들이 출동하지 않도록 규정이 바뀌었다고 한다.
하지만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 구조 건수는 8만2,822건. 소방관들이 동물 구조를 위해 하루에 200여 건 이상 출동하고 있다. 동물을 구조하다 일반 시민이 위험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여건이 허락하는 한 모든 생명을 구조한다는 차원에서 동물구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소방청으로부터 추천받은 소방관들의 공적 자료를 보니 모두 지역 및 해당 특성에 맞는 구조 기술과 방법을 익혀 동물을 구조하고 있었다. 작은 생명이라고 하찮게 보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노하우를 직원 대상 교육은 물론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해 시민들에게도 알리는 데 주력하는 분들도 눈에 띄었다.
심사 없이 시민 추천으로 가장 먼저 뽑힌 조상우 충남 아산소방서 소방교와 박민화 강원 화천소방서 소방위는 숨이 멎은 고양이를 심폐소생술로 살려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사람과 다른 심장 위치, 작은 덩치에 맞는 압박 정도를 섬세하게 고려한 결과다. 김진유 경기 양평소방서 소방교는 화재현장에 반려묘 다섯 마리가 남아 있다는 얘길 듣고 화재 현장에 재진입해 고양이를 모두 구조해냈다.
시상식에 온 소방관들의 표정은 밝아 보였다. 시민을 향해 거수경례하고 모두 자신이 아닌 팀의 공로로 돌리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 개인 차량에도 구조장비를 구비하고 쉬는 날에도 동물 구조에 나서는 박민화 소방위는 수상소감에서 "모든 살아 있는 동물은 구조받을 권리가 있다"고 밝혀 참석자들에 감동을 줬다.
11년 전 여름 고 김종현 속초소방서 소방교는 고양이를 구조하다 건물에서 추락해 순직했으나 인명구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현충원 안장이 거부된 일이 있었다. 3년 만에 국립 대전현충원에 안장됐지만 순직 인정과 현충원 안장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던 점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인간이든 비인간인 동물이든 어려움에 처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방관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앞으로도 많은 동물의 생명을 안전하게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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