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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빠르고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 4년 새 35% 늘어

입력
2022.11.13 08:10
수정
2022.11.13 14:0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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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방세동 환자, 뇌졸중 위험 5배 증가

날씨가 추워지면 심장에 무리가 가면서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 발생이 늘어난다. 부정맥 중 심방세동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날씨가 추워지면 심장에 무리가 가면서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는 부정맥 발생이 늘어난다. 부정맥 중 심방세동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같이 일교차가 심해지는 날씨에는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부정맥은 전체 인구의 2% 정도(100만 명)에게 나타난다. 하지만 제대로 치료하는 환자는 20%에 그쳐 뇌졸중ㆍ심근경색으로 악화해 돌연사할 수 있다. 돌연사는 90%가 부정맥 때문에 발생하기에 부정맥을 ‘돌연사 주범’으로 부른다.

특히 심장박동이 느닷없이 빨라지고 불규칙해지는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가장 흔한 부정맥이다. 심방세동은 고령인의 10% 정도가 경험할 만큼 매우 흔하다. 심방세동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유병률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7년 18만2,786명에서 지난해 24만5,464명으로 4년간 34.3%나 급증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노태호 가톨릭대 명예교수(순환기내과)는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위험이 5배나 증가한다”며 “더구나 뇌졸중 중등도도 동맥경화로 생기는 뇌졸중에 비하면 훨씬 위중하다”고 했다.

◇가슴 두근거림이 대표적인 증상

근육이 수축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근육으로 이뤄진 심장도 자발적으로 규칙적인 전기를 일으키고, 심장 전체로 신호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위대정맥과 우심방 접합부에 있는 ‘동방 결절(洞房結節ㆍsinoatrial node)’에서 전기 신호가 만들어지고, 심방을 수축한 뒤 ‘방실 결절(房室結節ㆍatrioventricular node)’을 거쳐 심실 수축이 일어난다.

성인은 보통 분당 60~80회 심장이 뛰고, 분당 60~100회가 정상적인 맥박이다.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 정상적으로 뛰지 않고 빨리(빈백) 또는 느리게(서맥) 불규칙해진다(부정맥). 서맥(徐脈)의 대표 증상은 어지럼증, 무력감, 실신 등이다. 빈맥(頻脈)의 대표 증상은 두근거림, 호흡곤란, 가슴 통증, 가슴 답답함 등이다.

가장 가벼운 부정맥은 조기 수축이다. 정상적으론 위대정맥과 우심방 접합부에 있는 ‘동방 결절(洞房結節ㆍsinoatrial node)’에서만 전기가 만들어지는데 심방이나 심실에서 정상 맥박보다 빨리 전기를 만들어 엇박자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가장 심각한 부정맥은 심실세동(心室細動ㆍventricular fibrillation)으로 전조 증상 없이 나타나 돌연사(급성 심장사)할 수 있다. 5분 이내 심폐소생술(CPR)을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동재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비특이적으로 숨이 차고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거나 갑자기 이런 증상이 생겼다가 사라진다면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다”고 했다.

◇일교차 심할 때 부정맥 발생 늘어나

부정맥 원인은 담배ㆍ술ㆍ카페인을 즐겨 섭취하거나 불규칙한 수면 습관, 극심한 스트레스 등이 지적된다.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도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아침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일교차가 크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부정맥을 진단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심전도 검사’다. 팔다리와 가슴에 전극을 붙여 심장의 전기 활동을 기록하는 검사로, 보통 누워서 10초 동안의 리듬을 기록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24~48시간 동안 심전도 검사를 하는 ‘홀터 모니터’도 있다.

운동 부하 검사로도 부정맥을 진단한다. 운동 부하 검사는 심전도로는 부정맥이 진단되지 않고 운동에 의해 부정맥이 유발되거나 악화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때 사용한다. 러닝머신처럼 생긴 기계나 자전거를 이용해 운동 강도를 점차 늘려가며 증상 발현, 혈압, 심박수나 심전도 변화를 측정한다.

부정맥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정맥을 정확히 진단한 후 원인 요인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심방세동의 경우 이를 제거하고 심장 리듬을 정상화하거나, 이를 놔둔 채 경구용 항응고제(와파린, NOAC)를 투여해 혈전을 예방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인공심장 박동기 이식술도 있다. 맥박이 너무 느리게 뛰어 어지러움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유발할 때 전극선을 심장 안에 심고 전극과 연결된 전기발생장치를 피부 밑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심장에서 나오는 신호를 읽어 맥박이 뛰지 않을 때 정상적으로 뛰도록 해준다.

이 밖에 심장 전기 생리 검사를 이용해 부정맥 원인이 되는 조직을 찾아 고주파를 방출하고 원인 조직을 파괴해 부정맥을 완치시키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전제술’, 심장 안에 심는 전극선에 코일이 감겨 있어 심정지를 일으키는 심각한 부정맥(심실빈맥, 심실세동)이 생기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전기 충격을 가함으로써 심정지를 예방하는 ‘삽입형 제세동기’ 등의 치료법이 활용된다.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과다한 술ㆍ카페인 섭취를 피해야 한다. 또 과로나 스트레스도 부정맥을 유발하는 만큼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마음을 편안히 유지해야 한다.

[부정맥 진단과 예방 수칙] <대한부정맥학회 제공>

1.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면 손목동맥을 만져서 고르게 뛰는지 확인한다.

2. 중년 이상이거나 고혈압 환자, 가족 중 돌연사한 사람이 있으면 1년에 한 번 정도 심전도 검사한다.

3. 술과 카페인 음료를 삼가고 스트레스를 피한다.

4.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 등 기저 질환을 잘 관리한다.

5.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6.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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