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곰이’와 ‘송강이’는 어쩌다 평산마을을 떠났나.. 엇갈리는 쟁점 3
알림

‘곰이’와 ‘송강이’는 어쩌다 평산마을을 떠났나.. 엇갈리는 쟁점 3

입력
2022.11.15 09:00
수정
2022.11.15 09:57
0 0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사실이 전해지며 지난주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지난 8일, 대통령기록관 관계자들과 문 전 대통령 측은 대구 경북대병원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 만나 곰이와 송강이의 인계를 마무리했습니다. 곰이와 송강이는 현재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진행 중입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이 반환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진 일입니다.

지난 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가에 반환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가 대구 경북대 동물병원에서 지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가에 반환한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가 대구 경북대 동물병원에서 지내는 모습. 연합뉴스

반환 소식이 전해진 뒤, 문 전 대통령을 향해 ‘풍산개를 파양했다’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반환의 배경에 월 250만원 가량의 개 관리비가 있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사룟값이 아까웠느냐”고 공세를 펼쳤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도 문 전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떤 이유이든 생명에 대한 파양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살아있는 생명을 정쟁에 이용하는 시대는 이제 끝내자”고 밝혔습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곰이와 송강이의 보호 아니냐”며 “과거에는 선물로 주고받았다 해도 받은 동물이라도 잘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비난이 이어지자 문 전 대통령은 9일 SNS를 통해 “작은 문제조차 깔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흙탕물 정쟁으로 만드느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동그람이는 이번 논란에 대한 쟁점을 3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문 전 대통령 측 입장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자신의 SNS를 통해 "정쟁을 유발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문 전 대통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자신의 SNS를 통해 "정쟁을 유발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1) 풍산개, 문재인 '개인 입양'은 불가능했나?

문 전 대통령 측은 ‘파양’이라는 용어 자체가 맞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선물 받은 풍산개는 원칙적으로 국가 재산인 만큼 위탁하던 동물을 반환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직전인 3월, ‘국유 재산인 곰이와 송강이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동그람이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0조를 근거로 문 전 대통령이 곰이와 송강이를 입양할 법적 절차가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신혜현 비서관은 동그람이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 동그람이에서 언급한 조항을 포함해 다양한 법적 가능성을 검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입양이 현실로 이어지지 못한 걸림돌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로 ‘가액 산정’이었습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0조 조문은 ‘조달청장이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감정한 가액으로 우선하여 매도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 비서관은 “살아있는 생물의 가액 산정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국가 재산인) 생물을 이관하는 게 사상 초유의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2) ‘예산 지원 안되니 파양’ vs ‘비용 일절 거론한 적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다시 청와대에서 사육 중인 풍산개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제공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다시 청와대에서 사육 중인 풍산개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제공

이 문제가 최초로 불거진 건 지난 5일 조선비즈 보도였습니다. 조선비즈는 “대통령기록관이 곰이와 송강이의 양육비를 월 240만원으로 추산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7일 조선일보는 "현 정부가 '개 관리비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문 전 대통령 측이 "그렇다면 도로 데려가라"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신 비서관은 “(240만원은) 듣도 보도 못했던 금액”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는 “지난 6개월 간 곰이와 송강이를 위해 쓴 비용은 모두 문 전 대통령이 부담했다”며 “이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이나 행정안전부에 말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대통령기록관이 산정한 정확한 액수는 5일 조선비즈 보도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밝혔습니다.

신 비서관은 해당 보도의 배경에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언급조차 하지 않은 돈 얘기가 나왔다”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또한 그는 “곰이와 송강이를 반환할 때도 비공개로 일정을 조율했는데, 반환 당일 바로 TV조선이 단독기사를 내보냈다”며 “이런 일련의 행태들이 말하는 바가 무엇이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3) ‘생명 존중 결여’ 지적에.. “정쟁 만든 책임 어디에 있나”

문 전 대통령 측은 예산 문제가 아니라 국가 소유로 남아 있는 곰이와 송강이의 책임 주체가 명확해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당초 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기록관과의 협약서를 작성한 뒤 개들을 위탁 보호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생활해 보니 법적인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책임 소재가 불확실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난 9월 풍산개 곰이가 위염전으로 수술을 받은 뒤 문 대통령이 곰이를 돌보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지난 9월 풍산개 곰이가 위염전으로 수술을 받은 뒤 문 대통령이 곰이를 돌보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문 전 대통령 측은 지난 9월 곰이가 받은 수술을 언급했습니다. 곰이는 당시 위염전 증상을 보여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신 전 비서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한 뒤 “‘이러다 풍산개들이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덜컥 두려웠다”며 “국유 재산인 만큼 명확한 책임소재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문 전 대통령이 SNS에서 “감사원이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러나 위탁 근거 규정을 포함한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은 연거푸 미뤄졌습니다. 당초 6월에 국무회의 상정 예정이었던 시행령 개정안은 상정되지 못했고, 8월에 재상정이 예고됐지만 무산됐습니다. 10월 말에도 불확실한 상황은 이어졌습니다.

평산마을 비서실은 문 전 대통령 SNS를 통해 “시행령 개정에 진척이 없는 건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를 묻자 신 비서관은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대통령실의 의중을 확인한 바 있다”며 “입법예고까지 되고 관계 부처 협의까지 끝난 안건의 국무회의 상정을 멈추게 할 주체가 어디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법적 근거가 마련돼 곰이와 송강이를 입양할 수 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법적 근거가 마련돼 곰이와 송강이를 입양할 수 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페이스북

그는 ‘파양’이라는 동물단체들의 지적에 대해서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까지 이렇게 정쟁의 대상으로 만드는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며 “문 전 대통령은 SNS로 말했듯, 지금이라도 법적 근거가 마련돼 풍산개들을 입양할 수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라는 입장”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대통령기록관은 일부 지자체에 “곰이와 송강이를 받아줄 수 있느냐”고 문의한 상태입니다. 정쟁에 휩싸여 오갈 데 없어진 곰이와 송강이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