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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대체 공간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소유권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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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대체 공간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소유권을 원한다"

입력
2022.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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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인물] 무아즈 라작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
"5분 거리, 같은 규모, 넓은 홀, 주민반대 없는 대체 공간 제안"
"2014년부터 기도드리던 곳, 무슬림 증가해 증축"
"주변에 더 큰 교회도 있는데, 이슬람에 편견 있는 듯"
"정육점이 사원 인근에 들어서도 우리는 수용해야"
"법원 판결 존중, 지역사회가 화답해 달라"

무아즈 라작 경북대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가 모스크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설명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무아즈 라작 경북대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가 모스크 건설을 둘러싼 갈등을 설명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2년이나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주택가 종교시설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며 "떠나라"고 외치고 있고, 무슬림 학생들은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북구청은 지난해 2월 공사중지명령을, 무슬림 건축주들은 같은해 7월 공사중지처분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9월 "공사중지는 위법"이라며 무슬림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슬람사원 공사현장에서는 주민들의 반대시위가 계속됐고, 무슬림측은 주민에 대한 고소 고발을 취하하지 않고 있다. 여기다 최근에는 사원 증축공사장 인근 집앞에 이슬람이 금기시하는 돼지머리가 등장하면서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2019년 9월 경북대에 유학와 컴퓨터학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무아즈 라작(26·파키스탄) 경북대 무슬림커뮤니티 미디어 대표를 3일 경북대 인근 카페서 만났다.

대구 이슬람사원이 주택가 한가운데 건립 중이다. 인근 1, 2층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와 소음 피해 등을 우려하며 사원 건축에 반발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이슬람사원이 주택가 한가운데 건립 중이다. 인근 1, 2층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사생활 침해와 소음 피해 등을 우려하며 사원 건축에 반발하고 있다. 류수현 기자

-경북대 서문 인근에 모스크를 짓게된 계기는.

"이슬람권 여러 나라에서 온 경북대 유학생들은 하루에 5차례 기도한다. 그 중 3차례는 기도를 마치고 학교나 연구실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먼 곳에서 기도할 수는 없다. 지난 2014년 무슬림 선배들이 현재 위치의 주택을 사서 매일 기도를 해왔다. 경북대 내 무슬림 유학생이 최고 150명 정도로 늘어나면서 증축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주민들은 주택가 한가운데 종교시설 건립은 부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이곳 이슬람사원이 신축이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 이곳은 2014년부터 무슬림학생이 매일 드나들던 곳이고, 주민들도 모두 알고 있다. 우리는 평화롭게 기도생활을 했고, 주민들과도 친하게 지내왔다. 사원 증축 막바지에 논란이 일기 시작한 배경은 의문이다."

-만약 교회나 절을 짓는다고 했으면 주민들이 반대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나.

"그렇다. 주변을 보면 모스크보다 훨씬 큰 교회들도 동네 한 복판이나 주거지역에 인접해 있다. 모스크에만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 같다."

-지난 4월 라마단 때 무슬림 학생들이 밤늦게 양고기를 먹고 제때 치우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도 있었다.

"무슬림은 모스크 안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우리는 주민피해가 없도록 주의할 것이다."

-주택가의 이슬람사원을 처분하고, 경북대 인근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왜 진전이 없나.

"주민 반대가 시작된 후 우리는 북구청에 대체 안을 제시했다. △경북대에서 걸어서 5분 이내 거리 △건립 중인 모스크와 같은 규모 △여러 명이 같이 기도할 수 있는 넓은 홀 구조 △이전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이 없다는 증빙 등 4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언제든 이전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평화롭게 기도할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했는데 묵묵부답이다."

-대학이 기도공간을 제공한다면.

"우리는 임시가 아니라 영구적인 기도공간을 원한다. 언제 쫒겨날 지 모르는 공간을 바라지는 않는다."

지난 8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 인근 주택 앞에 돼지머리 하나가 추가로 놓여 있다. 류수현 기자

지난 8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 인근 주택 앞에 돼지머리 하나가 추가로 놓여 있다. 류수현 기자

-주민들은 집앞에 돼지머리를 내걸고, 주변에서 돼지고기를 구워먹기도 했다. 정육점도 연다고 했다.

"해외에 있는 이슬람사원이 꼭 좋은 환경에 있는 것은 아니다. 술집 옆에 있는 곳도 있다. 돼지머리를 내놓거나 정육점이 생겨 돼지고기를 팔아도 감내해야 한다. 이슬람이 허용한 할랄고기를 판다면 무슬림 학생들이 사 먹을 생각도 있다. 우리는 주민과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

-법적으로 이긴 것으로 만족하고, 양보를 할 의향은 없는가.

"우리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동안 4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대체장소를 물색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 지금은 어떤 법적 문제도 없이 사원을 짓고 있다. 주민들은 소음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만 공원이나 주민센터를 짓는다고 소음이 나지 않겠는가. 다만 우려되는 것은 이슬람에 대한 근거없는 공포증이다. 극단론자는 세계 어디나 있고, 이슬람포비아의 근거가 되는 테러리스트는 이슬람세계에서도 배척받는 무리들이다. 동일시하면 안 된다."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인근 주택 담에 '지난 7년간 주민이 겪은 고충을 아는가'라는 피켓이 붙어 있다. 류수현 기자

대구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인근 주택 담에 '지난 7년간 주민이 겪은 고충을 아는가'라는 피켓이 붙어 있다. 류수현 기자

-무슬림이 양보할 수 있는 최대 카드는 무엇인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대체안을 제시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학 옆에 무슬림이 함께 기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 비상식적인가. 아무도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 법에 호소했고, 대법원이 이슬람사원 건립을 인정했다."

대담= 전준호 대구취재본부장
정리= 류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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