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도, 중국·호주 이어 아세안 CSP 지위 획득
쿼드, 중국 일대일로 불안정성 공략 가속화될 듯
'10개국 합의방식' 아세안, 중립 기조는 유지
안보협력체 쿼드(Quad)를 결성하고 밀착한 미국과 인도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에 대한 영향력 강화에 성공했다. 아세안에서 중국과 같은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CSP)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아세안의 선택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의 위험성을 체감한 데 따른 것이다. 호주는 일찌감치 CSP 지위를 얻었다. 쿼드 참가 4개국 중 하나인 일본 역시 CSP 격상을 추진 중이다.
CSP 되자… 美·인도, 대놓고 中부터 견제
13일 CNA 등 동남아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전날 아세안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열린 미국, 인도와의 양자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 관계를 전략적 파트너에서 CSP로 격상키로 합의했다. CSP는 아세안이 역외 국가와 맺는 최고 수준의 외교·통상 관계를 뜻한다. 아세안의 CSP는 중국과 호주뿐이었다.
미국·인도는 중국 견제 의지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은 아세안"이라며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중국)를 해결하는 데 미구과 아세안의 관계 격상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도 반색했다. 야그딥 단카르 인도 부총리는 인디아타임스 인터뷰에서 "인도와 아세안은 중국이라는 불확실한 문제에 노출돼 있다"며 "이번 CSP를 통한 전략적 신뢰는 인도-아세안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기후·IT… 아세안 취약 포인트 공략 시작한 쿼드
고무된 미국과 인도는 아세안 공략을 위해 다양한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미국은 기후 문제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남아 각국에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중국과 달리) 미사여구가 아닌 실질적 자원을 배치할 것을 약속한다"며 "기후 이슈 외에도 강화된 의료 시스템과 안보 현대화 지원 등도 동시에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정보기술(IT) 산업과 관련된 카드를 뽑아 들었다. 단카르 부총리는 "2018년 설립된 '아세안 스마트 시티 네트워크'에 전폭적인 지원을 진행하겠다"며 "취약한 동남아의 사이버 보안과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본도 의지를 드러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도 앞으로 동남아 물류 IT 인프라에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폭탄' 감지한 아세안, 그래도 '중립'은 유지
아세안이 미국과 인도의 입지를 높인 건 중국이라는 불안정성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동남아를 일대일로 정책의 핵심 지역으로 설정한 중국은 아세안 국가에 낮은 이율로 인프라 투자 자금을 대출해 주고, 인프라 공사를 도맡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베트남 지하철사업을 비롯해 중국이 주도한 대부분의 동남아 인프라 건설은 자금 문제와 부실 공사로 중단된 상태다.
라오스를 비롯한 여러 아세안 국가들은 차관을 갚지 못해 영토와 산업단지를 중국에 계속 넘기고 있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중국의 속국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회원국을 지켜본 아세안 지도부가 위기를 직시한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아세안이 생존을 위해 쿼드라는 새로운 선택지를 뽑아든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아세안이 당장 쿼드에 예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10개 회원국 전원합의 방식으로 운영되는 아세안의 특성상, 캄보디아·미얀마 등 친중국 국가들이 무게추가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좌시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중립성향의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도 "미중 갈등은 동남아 평화에 큰 영향을 주는 이슈"라며 "아세안은 지금도 미중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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