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소득주도 성장 잘못됐다" 최근 포럼서 비판
최저임금·부동산·탈원전 등도 부정적 의견 내와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과 다리 역할에 적극적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잘못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6개월 전에 물러난 지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잇따라 내고 있다. 정책을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시절 '패싱논란'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개입으로 지난 정부시절 존폐 위기까지 놓였던 전경련이 윤석열 정부의 힘을 받아 과거의 존재감을 되찾을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새 정부 들어 유독 지난 정부에 비판의 날을 세워왔다. 9일 개최한 '서울 프리덤 포럼'에선 토론자로 나선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문제를 꺼냈다.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은 생산성 증대가 필수적인데, 지난 정부는 이를 간과해 합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다. 배로 교수는 "한국 경제성장은 자유시장, 작은 정부,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한 연구 개발 촉진과 강한 교육열, 높은 저축률 등으로 이뤄왔다"며 "그런데 소득주도 성장 이론은 이런 역사적 배경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례적으로 지난 정부를 겨냥했다.
포스코연구소 초청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배로 교수는 그간 문 정부의 대표 경제 정책이었던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말이 안 된다", "나쁜 아이디어다", "해로운 정책이다" 등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 때문에 이번 발언이, 배로 교수를 초대한 전경련의 속마음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경련은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마자 문 정부의 과오를 지적해왔다.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4월 19일 '차기 정부 주택정책 관련 전문가 의견 조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주택정책이 미흡하다 보니, 주거불안 문제 등 경제·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재확인시킨 것이다.
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선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성장 없는 고용 관련 전문가 인식 조사' 등의 보고서에서 '영세업체들 타격, 단기 일자리 증가, 생산가능 인구 감소, 일자리 미스매치 등 사회 문제를 불러일으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자력 산업 경쟁력이 최고 40% 하락했고, 복구에 4년이 걸린다"고 문제 삼았고, 태양광 산업에 대해선 "문 정부의 대대적 지원으로, 태양광 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업체만 성장시켰다"고 깎아내렸다.
새 정부 대표 경제단체 되기 위해 안간힘
전경련은 그러면서도 새 정부에는 지원 사격해줬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새 정부가 출범에 앞서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긴다고 해 논란이 일자, 3월 30일 이 보고서를 내며 "매년 약 1조8,000억 원 규모의 청와대 관광 수입 효과를 비롯, 국내총생산 증가 효과도 최대 3조3,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에도 전경련이 기업을 대변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이례적 행동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전경련은 본연의 임무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경제 6단체장 오찬 회동 자리(3월 21일)를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역할을 한 데 이어, 새 정부 취임 이후인 6월 24일 경제단체로는 처음 기획재정부와 국내 15대 기업 간 세정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회원사가 아닌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에서까지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컸던 간담회였다.
또 근로시간 유연화, 법인세 세제개선 과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안 등 기업들 의견을 윤 정부에 전하며 창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순방에도 대표 경제단체로 합류,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여는 등 재계에서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됐다. 문 정부 시절 청와대가 주최하는 간담회를 비롯해 각종 정부 행사에서 가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위상이 확실히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고난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경련의 문 정부 때리기는 무관치 않아 보인다"며 "다만 탈퇴한 4대 그룹이 재가입할 명분이 충분하지 않고 최근 전경련을 대신해 재계 대표 역할을 해온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있어 과거와 같은 위치를 되찾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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