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매각 결정 공운위, 민간위원 40%만 참석
"정부 계획 제대로 검토할 시간 보장 못 받아"
정부 "민간위원과 수차례 협의, 유출 우려도"
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14조5,000억 원 규모의 공공기관 자산 매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민간 위원들이 절반 넘게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산 매각이 적절한지 여부를 민간위원이 검토할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해 대규모 자산 매각을 두고 뒷말이 일고 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1일 열린 공운위에 총 10명의 민간위원 중 4명만 참석했다. 반면 정부위원은 9명 가운데 회의를 주재한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을 비롯해 6명이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 부처 차관이 맡는 정부위원 참석자는 안건에 따라 공운위 위원장이 지명하는 구조다.
이날 공운위는 한국철도공사 소유의 용산역세권 부지(6조3,000억 원) 등 총 177개 공공기관이 소유한 14조5,000억 원 규모의 자산 매각 계획을 확정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군살 빼기'의 일환이다.
공운법상 공운위원은 위원장인 기재부 장관을 포함해 20인 이내로 구성하고 민간위원은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의는 총 구성원 중 과반수가 출석해야 열린다. 11일 공운위는 정족수 10명을 겨우 채워 개최한 셈이다.
이날 민간위원 참석 인원은 올해 들어 10월 초까지 열린 13번의 공운위와 비교해도 가장 적은 수였다. 정부위원이 민간위원보다 많은 유일한 회의이기도 했다.
정부는 자산 매각 안건을 이태원 참사로 일주일 늦춰 공운위에 상정하면서 민간위원 참석이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예정에 없던 공운위 개최로 이미 다른 일정을 계획해뒀던 민간위원은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운위 개최 전 민간위원에게 연락해 "참석 인원이 적다"며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공운위 출석 여부 자체를 밝히기 꺼린 한 민간위원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자산 매각 계획을 빨리 의결하기 위해 공운위 참석을 요청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민간위원은 "자산 매각안은 회의장에 도착해서야 확인 가능하다"며 "정부의 공공부문 긴축 기조는 이해가나 10조 원이 넘는 자산을 파는 게 제대로 된 결정인지 따져볼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야권은 절차적 정당성을 넘어 자산 매각 계획 자체가 적절한지 들여다보겠다면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영화 저지 공공성 강화 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자산 매각안을 발표한 직후 "부동산 침체기, 주가 급락, 돈맥경화를 겪는 지금 윤석열 정부는 왜 공공기관 자산 매각을 서둘러 추진하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자산 매각안의 큰 틀은 민간위원과 여러 차례 협의했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던 7월 말부터 현재까지 계속 자산 매각, 정원 감축 등 주요 내용을 논의해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자산 매각안은 유출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력이 커서 보안 유지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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