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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땅 파서 선진국 온수 데운다..."에너지 착취, S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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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땅 파서 선진국 온수 데운다..."에너지 착취, Stop!"

입력
2022.11.1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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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매장지 원주민 강제이주·갈등으로 고통
화석연료 팔아도 빈곤…6억 명이 전기 부족해
COP27 '손실과 피해' 공식 논의에도 보상 의문


유럽연합(EU)이 아프리카 대륙을 가스 충전소로 삼았다.
우리는 '화석연료 식민주의' 시대를 넘어서야 한다.

케냐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파워시프트아프리카(PSA)의 모하메드 아도우 대표는 이달 7일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이렇게 말했다. EU 회원국을 비롯한 부자 나라들이 아프리카 가난한 나라들의 환경을 파괴하며 화석연료를 추출해가는 '에너지 식민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너지 착취를 반성하는 분위기가 선진국들 사이에 그간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닥치자 유럽 각국의 태도가 돌변했다. 환경을 파괴하며 캐낸 연료는 서방이 사용하고 저개발국은 뒷감당을 하는 착취적 구조로 돌아갔다. 선진국들이 약속한 '빈국에 대한 환경 파괴 피해 지원·보상'이 이뤄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프리카서 화석연료 개발 중인 '친환경' 국가들

지난달 12일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콜웨지 인근 샤바라 광산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 약 2만여 명이 이 광산에서 코발트를 캐고 있다. 콜웨지=AFP 연합뉴스

지난달 12일 콩고민주공화국(DRC)의 콜웨지 인근 샤바라 광산에서 일하는 인부들의 모습. 약 2만여 명이 이 광산에서 코발트를 캐고 있다. 콜웨지=AFP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아프리카 대륙의 10%가 기름과 가스 시추를 위해 파헤쳐졌다. 선진국이 주도하는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가 모두 성사되면 이 수치가 38%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통치에선 '친환경'을 중시하는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의 정부와 기업들이 개발 프로젝트에 대거 참가했다. 환경운동가들이 이 국가들을 "위선적"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아프리카 화석연료 매장지의 30%는 열대우림에 있다. 개발이 시작되면 대기 정화·냉각 기능을 하는 삼림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환경보호 비정부기구(NGO)인 영국 열대우림재단은 "현재 추진 중인 모든 개발이 이뤄진다면 지구온난화 방지 조치를 심각하게 무력화할 만한 막대한 양의 탄소가 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석연료 매장지와 시추권을 해외에 매각한 대가가 빈국 국민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도 않는다. 정치·경제 권력자들이 혜택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 중인 국가로 꼽히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인구의 4분의 3이 빈곤선 아래다. 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 소외계층이 아프리카 전체 인구(약 14억1,600만 명)의 40%(약 6억 명)에 달한다. 에너지 개발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은 강제 이주를 강요받거나 환경파괴로 인한 전염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손실과 피해' 보상 논의했지만…약속 이행 의문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린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의 국제 컨벤션 센터에 각국 지도자들이 모여 앉아있다. 샤름 엘 셰이크=AFP 연합뉴스

제27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린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의 국제 컨벤션 센터에 각국 지도자들이 모여 앉아있다. 샤름 엘 셰이크=AFP 연합뉴스

산업화 이후 아프리카의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은 각국 전체 배출량의 3%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그들의 책임은 미미하다. 그러나 각종 인프라가 부족한탓에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뒤집어쓰고 있다. 올해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선 기록적 가뭄으로 2,200만 명이 굶주렸고, 중부 국가 케냐에서도 가뭄으로 수자원의 90%가 고갈돼 야생동물들이 떼죽음당했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메리카도 올해 상당한 기후 피해를 입었다.

이집트에서 열리고 있는 COP27에선 이 같은 '기후재난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문제가 처음으로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의제 제목은 '손실과 피해'로, 기후재난을 유발하고 그 과실을 독점한 선진국이 책임을 느끼고 경제적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독일은 1억7,000만 유로(약 2,327억 원)를 기후 변화 취약 국가에 지원하는 계획인 '글로벌 보호' 구상을 내놨고, 영국은 2025년까지 개발도상국의 친환경 성장을 지원하는 계획에 15억 파운드(약 2조3,338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원이 실제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선진국들은 이전에도 여러 번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약속한 금액을 내놓지 않았다. 2009년 제15차 기후변화협약당사국회의(COP15) 참가국들은 2020년까지 최소 1,000억 달러의 기후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벌써부터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 10개국의 정상급 지도자 중 올해 COP27에 정시에 도착한 건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뿐이다. 반면 화석연료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로비스트는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636명이나 참석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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