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 "희생자 익명에 가두는 게 정치공학"
해외 언론에 신원 공개된 사례 들어 명단 공개 주장
한동훈 장관 "유족 의사 등에 반하는 공개는 문제"
진보 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온라인매체 '시민언론 민들레'가 유튜브 채널 '더탐사'에서 확인한 서울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민들레는 14일 웹사이트를 통해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5명의 이름을 공개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한 사망자는 14일 현재 158명이지만 해당 명단은 10월 31일 기준인 155명만을 공개하고 있다.
민들레 측은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정부 당국과 언론은 사망자들의 기본적 신상이 담긴 명단을 국민들에게 공개해 왔으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해서는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인재이자 행정 참사인데도 사고 직후부터 끊임없이 책임을 회피하며 책임을 논하는 자체를 금기시했던 정부 및 집권여당의 태도와 무관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데 호명할 이름조차 없이 단지 '158'이라는 숫자만 존재한다는 것은 추모 대상이 완전히 추상화된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상 무명(無名)이고 실명(失名)"이라고 밝혔다.
민들레 측은 해외 언론에서 희생자 신원 일부가 공개된 것을 고려하면 실명 공개 자체가 문제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BBC,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해외 언론들은 여러 국적 희생자들의 유족 및 주변인을 취재해 사망자 이름과 사연을 전했지만 이번처럼 다수 인원의 명칭이 공개된 적은 없다.
민들레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더탐사가 공개한 명단은 얼굴 사진은 물론 나이를 비롯한 다른 인적 사항에 관한 정보 없이 이름만 기재해 희생자들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는 않는다"면서 "위패도, 영정도 없이 국화 다발만 들어선 기이한 합동분향소가 많은 시민들을 분노케 한 상황에서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만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유가족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 장관은 "유족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무단공개는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에 출석해 "일방적인 명단 공개가 유가족에게 깊은 상처가 되지 않겠느냐"는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진보 성향 언론인들이 참여한 '시민언론 민들레'는 15일 창간을 앞두고 '호외' 성격으로 명단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더탐사'를 통해 공개된 바에 따르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전 경희대 교수) 등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며 정기 칼럼 필진으론 김상봉 전남대 교수와 유시민 작가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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