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애도 물결 속 다가온 수능
교육 당국, 수능 당일 응원전 전면 금지
참사 영향... 수험생 불안 우려 목소리도
‘찹! 이것은 대학 붙는 소리!’ ‘찍으면 다 정답, 그레잇(great)!’
과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날엔 이같이 톡톡 튀는 수험생 격려 문구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전국 고사장은 현수막과 플래카드를 들고 북과 소고를 치는 응원 열기로 뜨거웠다. 전형 다양화로 예전만은 못하지만, 수능은 고3 수험생들의 한 해 농사를 상징하는 국가적 행사다. 유통업계가 수능을 테마 삼아 판촉전과 할인 행사 등을 펼치며 ‘반짝 특수’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2년 전 상륙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한국의 수능 문화를 모두 앗아갔다. 응원전은 고사하고, 고강도 방역 정책 탓에 고사장 앞 발길도 뜸해졌다. 내심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 활기찬 수능의 부활을 노리는 이가 많았지만, 17일 예정된 2023학년도 수능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이태원 참사’의 추모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학교·유통업계 "수능보다 추모" 이구동성
14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전국 시ㆍ도교육청은 11일 시험장 앞 단체응원을 전면 금지해 달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하달했다. 이에 서울 강남구의 한 고교는 올해부터 재개하려던 수능 당일 응원전을 급히 취소하고, 학교 외벽에 고3 학생들을 위한 현수막을 내거는 것으로 대체했다.
물론 응원의 기를 듬뿍 받고 시험을 잘 보고 싶은 게 수험생 마음이다. 서울 강서구 의 한 고교는 수능 1주일 전 ‘같은 반, 같은 번호’ 선후배가 체육관에서 만나 응원을 주고받는 행사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유행 첫해인 2020년을 빼고 지난해에도 열렸지만, 올해 다시 취소됐다. 이 학교 수험생 이윤재(19)군은 “후배들이 주는 생생한 기운을 얻어갈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유통가도 수능 특수보다 애도 물결에 동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편의점 씨유(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국가애도기간 직후인 빼빼로데이(11월 11일)부터 적극적 판촉은 지양하고 있다”면서 “수능 마케팅도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대치동 학원가 편의점 점주 임모(69)씨 역시 “길목이 학생들로 붐벼 이전엔 직접 손 글씨로 자체 행사도 했는데 올해는 일절 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참사 충격, 시험 망칠라... "휴대폰 멀리"
외려 수능을 불과 20일 앞두고 참사가 일어나 수험생들의 심리적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험생 오모(20)씨는 “스마트폰으로 접한 뉴스 영상이 너무 끔찍했다”고 털어놨다. 고3 수험생 윤모(18)양도 학교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충격이 컸다. 윤양은 “충분히 슬퍼하고 싶은데, 그럴 겨를도 없고 분위기도 뒤숭숭해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후 이어질 논술, 면접전형 등 숨가쁜 일정을 고려하면 최소 3주간 휴대폰 등을 멀리하는 ‘디지털 차단’ 기간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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