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측 발표에 '북핵' 원론적 언급도 없어
한미일 3국 공조에 불편함...대만 문제 연관성도
외교적 부담 피하려는 의도도
중국은 14일(현지시간)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미국이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추가 전략 도발을 막아달라"며 중국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했지만, 중국은 의도적으로 이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 직전 한미일 3국이 중국을 향해 협공을 벌인 데 대한 불편함과 더불어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했을 때 중국이 져야 할 외교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북핵' 커지면 '대만해협' 부담도 커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을 앞두고 최근까지 북한의 크고 작은 군사 도발이 이어져 왔던 만큼,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을 우려한다"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도록 분명히 하는 것은 중국의 의무"라고 밝혔다. 주변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행동을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막아달라는 요구다.
하지만 회담 직후 공개된 중국 외교부 자료에는 북핵을 포함, 한반도 문제에 대한 별도 언급은 없었다. '한반도 정세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는 원론적 차원의 내용은 물론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등 평소 북한을 두둔했던 입장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발리 현지에서 회견을 가진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이뤄졌냐'는 질문을 받고 마지못한 듯 "시 주석은 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각자의 관심, 특히 북한의 합리적 관심사를 균형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만 답했을 뿐이다.
7차 핵실험 외교 책임 회피 의도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언급 회피는, 한미일 3국이 안보 공조를 강화한 데 대해 무언의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3국 정상은 전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회담을 열고 △대북 확장 억제력 강화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등 사실상 중국 포위망 구축을 염두에 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 3각 안보 체제를 "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라고 비난해온 중국으로선 한미일이 주도하는 '대북 압박' 의제를 철저히 모른 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한미일 3국 간 중국·북한을 향한 압박이 부쩍 커진 타이밍에 중국이 (이 문제를 언급해) 여기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한미일 공조 강화는 대만해협 문제와도 무관치 않다. 미국이 북핵 고도화를 명분으로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수준을 끌어올릴 경우, 미군 전력의 대만해협 접근을 견제해야 하는 중국의 군사적 부담은 커진다.
실제 미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대형 군사 도발에 나설 경우 동북아 지역 내 미군 전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해왔다. 중국 입장에선 구태여 북핵 의제를 키워 미 군사력이 대만해협에 더욱 접근할 명분을 만들어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중국은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전략 도발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입장 표현을 유보했을 것으로도 여겨진다. '북한 도발 억제'라는 중국의 역할을 쉽게 인정했다가, 북한이 실제로 핵실험을 해버리면 외교적 책임이 중국에 돌아올 것을 우려했을 것이란 뜻이다. 중국 현지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가능성이 남아 있는 민감한 시기"라며 "중국으로선 북핵 문제에 대한 자신의 역할이 부각되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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