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월드컵은 처음이지?] <1> '황금 왼발'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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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젊은 축구선수들에게는 세계에 이름을 떨칠 수 있는 등용문이다. 1958 스웨덴 월드컵 펠레, 2018 러시아 월드컵 킬리안 음바페 등 수많은 샛별들이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 축구팬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에도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본선 무대 데뷔인 선수들이 있다.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지구촌 스타를 꿈꾸는 한국 대표팀의 영건들을 살펴봤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서 올 시즌 2골 3도움을 올리며 공격 전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이강인(21)의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출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강인은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2019년 9월 A매치 데뷔전을 치렀지만, 정작 A매치 출전 기록은 6경기에 그쳤다. 작년 3월 일본 원정에선 손흥민 등 주요 해외파가 빠진 상태에서 출전했지만 0-3으로 대패 했고, 이후 벤투 감독의 선택지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지난 9월 유럽파가 총출동한 두 차례의 평가전에서는 소집만 됐을 뿐, 1분도 뛰지 못했다.
하지만 이강인은 스페인으로 돌아간 뒤 ‘무력시위’를 펼쳤다.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실력을 과시 했다. 특히 지난달 ‘친정’ 발렌시아와 경기에서는 현란한 상체 페인팅 후 송곳 같은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결국 이강인은 실력으로 벤투 감독의 고집을 꺾었다. 감각적인 패스와 정확한 프리킥, 개인기 등 강점인 기술적인 부분을 더욱 끌어올린데다 단점으로 지적되던 활동량과 몸싸움을 보완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도 대표팀 26명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강인의 발탁 배경을 두고 “기술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14일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대표팀 첫 훈련에 앞서 “모든 선수가 꼭 오고 싶은 대회, 무대에 올 수 있어 기분이 무척 좋다. 꼭 오고 싶고, 뛰어보고 싶었던 월드컵에 나설 기회가 생긴 것에 행복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인천에서 태어난 이강인은 마라도나를 좋아하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나이에 축구를 접했다. 그리고 7살이던 2007년 KBS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시즌3'에 출연하면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도 타고난 재능을 뽐내며 '축구 신동'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이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했던 고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은 “강인이와 아크 부근에서 골대 맞히기를 했다. 나는 두 번 중 한 번만 성공시켰는데 강인이는 왼발 킥으로 두 번 모두 크로스바를 맞췄다”면서 “강인이는 왼발 킥, 드리블 등 가르치는 걸 스펀지처럼 쭉쭉 빨아들였다”고 회상했다.
2011년 발렌시아 유소년팀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스페인에서 각종 유소년 대회 최우수선수상을 휩쓸었던 이강인은 2019년 1월 마침내 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인 프리메라리가 무대를 밟았다. 아울러 팀 역사상 최연소(만 17세 327일)로 리그 데뷔전을 치른 외국인 선수로도 기록됐다. 같은 해 2019 FIFA U-20 월드컵에선 한국 남자축구 사상 첫 준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당시 2골 4도움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준우승 팀인데도 대회 최우수선수(MVP)에게 주는 골든볼을 수상했는데, 이는 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 남자 선수로서는 최초다. 이 때문에 축구 팬들은 그가 2019년 U-20 월드컵에 이어 다시 한번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리라고 기대한다.
이강인의 시선은 이제 ‘월드컵 출전’으로 향한다. 다만, 대표팀 실전 경험이 워낙 적은 데다 선수 기용에 보수적인 벤투 감독이 선발 라인업에 그를 포함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벤투 감독은 중원에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정우영(알 사드), 이재성(마인츠)을 배치한다. 오른쪽 측면엔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주전이고 세컨드 스트라이커 자리엔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이강인보다 한발 앞선 형세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조커 역할이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수비수 2~3명 정도는 가볍게 따돌릴 수 있는 발 기술과 강력한 프리킥 능력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동료를 활용하는 패스 플레이도 천재적이다. 특히 세트피스 기회에서 이강인의 ‘황금 왼발’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물론, 남은 훈련 동안 벤투 감독의 마음을 얻는 게 우선 과제다.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을 앞둔 이강인은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최상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잘 준비하겠다"며 "대표팀에서도 형들과 함께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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