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이 방류 한 달 지났지만 행방불명
방류협의체, 모니터링 이외 대책 없어
"5개월 내 미발견시 사망했다고 봐야"
남방큰돌고래 '비봉이'가 제주 바다에 방류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봉이 방류를 총괄한 방류협의체가 방류 후 비봉이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6일 국내 수족관에 남은 마지막 돌고래인 비봉이 방류를 총괄한 김병엽 제주대 교수와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비봉이가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방류된 이후 행방불명 상태다. 선박을 동원한 조사에서도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비봉이 등지느러미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GPS) 신호는 단 한번도 수신되지 않았다. (☞ 관련기사 보기: 비봉이, 방류 3주 만에 행방불명... 어디로 갔을까)
김병엽 교수는 비봉이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어 GPS신호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동물복지연구소(AWI) 소속 해양포유류학자인 나오미 로즈와 찰스 비닉 고래 생크추어리 프로젝트 이사 등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일보에 "GPS가 작동하지 않거나 GPS가 비봉이로부터 분리됐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비봉이 방류협의체(해수부, 제주도, 제주대, 호반그룹, 핫핑크돌핀스)는 16일부터 이틀간 관공선을 동원해 전문가들과 모니터링을 하는 등 비봉이를 찾기 위한 추가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모니터링 확대 이외에 앞으로 계획이나 대책은 없는 상태다. 또 비봉이 소식을 공개한다고 만든 해양환경정보포털 누리집에도 방류 이후 모니터링 상황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비봉이가 발견되지 않을 경우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비봉이 상황 공개는 시점과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단체들은 비봉이를 방류하면서 플랜B, 플랜C를 고려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고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발견되지 않고 있는 금등∙대포 사례가 있음에도 비봉이가 발견되는 상황만 고려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기술위원회와 해수부는 추측이 아닌 방류 후 모니터링 상황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방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호반그룹이 앞으로의 계획 마련과 실행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류협의체는 처음부터 방류에만 방점을 두고 충분한 논의 없이 방류기준이나 재포획 기준, 방법 등의 매뉴얼을 마련하지 않은 채 비봉이를 가두리로 보냈고, 이후 해수부가 매뉴얼을 공개한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나오미 로즈는 "비봉이가 살아있기를 바란다"면서도 "앞으로 최장 5개월 이내에 발견되지 않는다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봉이뿐만 아니라 금등, 대포 역시 발견되지 않는데 살아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며 "제돌이 등 다른 돌고래 방류 사례에 비춰 봤을 때 이들이 살아있다면 적어도 한 번은 목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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