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에서도 파격 혜택
500만 원만 내면 아파트 계약
"계약률 높여야 공사대금 들어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새 아파트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건설사들이 '중도금 무이자' 같은 파격 금융 혜택을 내걸고 있다. 급기야 서울에선 미분양 아파트 구매자에게 현금 3,000만 원을 쥐어주는 단지까지 등장했다.
"500만 원만 내도 아파트 계약"
'중도금 무이자 혜택'. 최근 건설사들이 가장 많이 선보이는 청약 마케팅이다. 아파트 분양가는 계약금(10%)·중도금(60%)·잔금(30%)으로 구성된다. 보통 계약금을 제외한 중도금과 잔금은 은행 대출로 충당한다. 가령 분양가 6억 원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이자(연 4.2%)는 2,150만 원 수준이다. 중도금 전액 무이자는 2,150만 원 전부를 건설사가 대신 내준다는 뜻이다.
과거 지방에서나 볼 수 있던 마케팅이 서울·수도권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게 최근 추세다. 대형 건설사가 짓는 브랜드 아파트도 예외는 아니다. GS건설은 서울 은평구 신사동 일대에 '은평자이 더 스타'를 분양하면서 중도금 대출이자 지급 방식을 후불제에서 무이자로 전환하고, 유상 옵션 가전들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DL건설은 지난달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 'e편한세상 헤이리'(1,057가구 규모)를 선보이면서 계약금(1차) 500만 원 정액제·중도금 전액 무이자·발코니 확장 공사 무료 등 파격 혜택을 잇따라 내걸었다.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3억~4억 원 선임을 고려하면 통상 분양가의 10% 선인 3,000만~4,000만 원이 계약금으로 책정돼야 하지만, 500만 원만 있으면 계약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달 초 선착순 분양에 돌입한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천왕역 모아엘가 아파트는 현금까지 내걸었다. 중도금의 40%까지(4회차) 무이자에 더해 계약만 하면 한 달 안에 현금 3,000만 원을 주기로 한 것이다. 중도금 5, 6회차 이자가 총 700만 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계약자에게 2,300만 원을 추가로 얹어주는 셈이라는 게 시행사 설명이다. 발코니 공사도 무료로 해준다. 분양 관계자는 "분양 일정을 맞추려고 거의 마진을 포기했다"며 "혜택은 기존 계약자에게도 소급해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기 계약률 저조하면 자금난
건설사들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업계는 건설사가 공사 과정에서 자금난을 겪지 않으려면 초기 계약률이 보통 50~60%는 돼야 한다고 본다. 계약률이 저조하면 금융권 대출을 받을 수 없어서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이어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입지가 안 좋거나 첫 청약에서 대거 미분양이 난 경우라면 일단 계약률을 높여야 초기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파격 혜택을 내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당장은 좋아 보여도 혜택에 대한 대가를 사실상 수요자가 나중에 지불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있다. 한 분양 관계자는 "중도금 무이자를 비롯한 각종 마케팅 비용은 분양가에 반영돼 있는 만큼 혜택만 따져 청약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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