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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기대응 너무 느리고 소극적... 채권기금·한전 대책 준비해야"

입력
2022.11.17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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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의 질문]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김희원 논설위원과 함께 현재의 경제 위기 대응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정책결정권자의 말 한마디가 매우 중요한 때"라며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김희원 논설위원과 함께 현재의 경제 위기 대응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정책결정권자의 말 한마디가 매우 중요한 때"라며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스럽게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원 인턴기자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 여파로 세계 경제가 혼돈 지경이다. 우리나라도 부지런히 금리를 올려왔는데 환율 상승과 무역적자는 여전하고 자금경색으로 인한 기업도산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과 금융시장 안정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난제지만, 에너지 가격처럼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많아 창의적 묘안이 필요하다. 15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고 채권시장안정기금을 풀어 도산을 막는 것 둘 다 할 수밖에 없다"며 “현 정부 경제팀이 위기 대응에 너무 소극적이고 편협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정치인과 고위 관료를 향해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지금 상황에서 당국자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여파가 클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 금리 주변국에 큰 타격… 속도 조절 필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4연속 자이언트스텝(0.75%)을 밟으며 급속히 금리를 인상하는 바람에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는 경제학자들 우려가 나온다. 물가 잡기도 중요하지만 부작용을 고려하면 미국 금리 인상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

“미국 입장에서 물가상승률이 10%에 육박하니 자이언트스텝을 연속해 밟는 것이 이해는 된다. 물가가 이 정도로 불붙으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정도는 2배 이상이다. 가령 주유비는 20~30%가 올랐다는 뜻이다. 이런 격차를 생각하면 물가를 더 잡아야 한다. 물가가 2~3% 선에서 안정화하지 않으면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지고, 임금과 물가가 함께 오르기 시작하면 개별 상품 가격은 훨씬 더 오른다. 즉 가격 변수로 인한 경제 불안정성이 커진다.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됐지만, 그렇다고 금리 인상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 급속한 금리 인상으로 주변국들에 타격이 너무 크다. 우리나라도 어렵지만 말도 못하게 어려운 국가들이 있다. 대중 영합적인 재정정책을 폈던 아르헨티나는 지금 기준금리가 70%가 넘는다. 남미 몇몇 국가들은 국민 고통이 말할 것도 없고 경제시스템이 작동을 안 하고 있다. 영국도 총리 교체가 단순히 감세 때문이 아니라 재정부채 비율이 워낙 높았던 터라 감세가 촉발한 시장 위기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크다 보니 미국이 중국 경제를 손보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마저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쓰기는 하지만 통화 정책까지 그런 의도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코로나와 금리 인상 지체를 해결하느라 발생한 일로 보인다. 금리로 중국을 견제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이 외환 통제 국가라는 점이다. 금리 상승이 영향을 미치는 통로는 결국 환율과 자본 유출인데 이를 차단하는 나라를 견제하기는 어렵다.”


“금리로는 통제할 수 없는 물가요인 난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KEA) 국제콘퍼런스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면서도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해 인플레 수준을 낮추는 것이 여전히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경제학회(KEA) 국제콘퍼런스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누그러질 것"이라면서도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해 인플레 수준을 낮추는 것이 여전히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제공

-금리 인상 폭에 비해 물가가 잡히는 효과는 더뎠다. 이제야 미국 물가상승률이 7.7%(10월)로 꺾였다. 왜 그런가.

“물가가 오르는 요인 중에는 금리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제어할 수 있는 요인은 코로나19로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것이다. 미국 경제가 지난해 1분기에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했는데도 양적 완화를 지속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그때 풀린 유동성이 최근 금리 인상으로 충분히 회수됐는지 아직 확실치 않다. 코어 인플레이션(에너지 등 외부충격을 제외한 물가지수)을 보면 여전히 상승 중이다.

제어할 수 없는 요인 중 첫 번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다. 과거엔 유가가 오르면 셰일가스 개발로 가격 조정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환경 규제가 강화돼 토양오염을 유발하는 셰일가스 생산이 어렵다. 중국이 석탄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것,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두 번째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은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곳에 자원을 배치해 비용을 낮추는 것인데 미중 갈등, 미러 갈등 속에서 이것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결국 미국 정부가 완화해 주기를 희망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나 미중 갈등은 우리나라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데 미국을 쳐다보기만 해야 하나.

“미국이 다른 나라 사정 봐가며 정책을 결정하는 나라는 아니지만 우방 국가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크고 주변국의 경제 위기가 다시 미국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동맹을 강조하며 적극 어필해야 한다. 예컨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처럼 환경 보호와 중국 견제를 위한 정책이 우리나라 같은 우방에 피해를 입힌다. 미국 국내법이고 일단 제정된 것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한국 기업에 유리한 것이 미국 기업에도 유리하다는 것을 미 정부와 소비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금리 올리며 채권 자금 풀기, 어쩔 수 없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환율을 방어하고 자본유출을 막으려면 미국 금리 인상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채권시장이 급속히 경색되고 있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야 하나.

“환율과 금리 둘 다 중요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우리가 올리지 않으면 통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외환시장이 엉망이 될 것이다. 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채권시장 같은 금융시장이 어려워진다. 정책적 딜레마가 없을 수 없다. 이때 중요한 건 극단으로 몰아가는 코너 솔루션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시장 변화에 따라 환율과 금리 어디에 무게를 둘지 그때그때 결정할 수밖에 없다. 당국이 금리 인상을 안 해도 될 것처럼 말하는 것도 위험하고, 외환 문제가 없다며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위험하다. 결국 미국 금리 인상의 충격을 일부는 통화가치 하락으로, 일부는 금리 상승으로 흡수해야 한다.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조합을 찾는 수밖에 없다.”

-적정 금리 수준을 말할 수 있나.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테일러 준칙으로 추정한 적정 한미 금리 역전 폭은 0.52~1.12%포인트, 4분기 적정 금리는 3.73~4.02%라는데.

“수치를 제시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시장을 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자금 쓸어가는 한전 채권 빨리 해결해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27일 레고랜드 사태 확산으로 베트남 출장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하면서 기자들에게 "좀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다. 뉴스1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지난달 27일 레고랜드 사태 확산으로 베트남 출장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하면서 기자들에게 "좀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다. 뉴스1

-레고랜드 사태 이후 흥국생명이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하고 대기업도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채권시장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금리 인상이 능사는 아닌 듯한데.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과 신용스프레드(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레고랜드 사태는 신용도 낮은 채권에 가산금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오르면서 생긴 일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물가 압력 때문에 불가피하다. 신용스프레드는 이와 분리해 신용 보강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밝힌 50조 원 채권시장안정펀드 같은 것이다. 취지는 상황이 괜찮은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대서 어려운 중소 금융기관들이 채무불이행에 진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자산 가격이 떨어지거나 유동성이 부족해 부채 상환이 어려운 기업이 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차환(만기 채권을 새로 발행한 채권으로 상환하는 것)을 가능케 해 주는 게 신용 보강이다. 이들이 도산하면 연쇄적으로 돈 빌려준 금융기관이 쓰러지고 경제시스템 전체가 흔들린다.”

-50조 펀드로 충분한가. 위기가 더 커질지 모르는데. 정부가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자금경색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외환보유고 개념처럼 자금을 마련해 두는 접근이 필요하다. 50조 원으로 충분한지는 시장을 보면 알게 될 텐데 필요하면 추가 조성해야 하고 민간 자금으로 안 되면 공적 자금도 투입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은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이 나서서 부실 금융상품을 매입하는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자본확충펀드와 유사한 메이든 레인 특수목적법인 설립, 주택저당증권(MBS)을 담보로 한 연준의 금융기관 대출을 시행했다. 이를 참조할 수 있다.

채권시장 경색은 신용도 높은 기업이 자금을 쓸어간 것과도 관련이 있다. 한전 문제 대응이 시급한 이유다. 한전은 상장기업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책임성과 영향은 정부에 준한다. 올들어 한전 적자가 20조 원에 달하고 한전 채권 발행이 24조 원에 달했는데 그만큼의 국채가 시장에 쏟아진 것과 같다. 신용도 높은 기업이 자금을 쓸어가니 신용도 낮은 기업들은 가산금리가 치솟고 대기업마저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은 전기료 인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다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한전이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구조조정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실행하면서 전기료를 올려야 할 것이다.”

-부동산 또한 위험 요소인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특정 사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과거 저금리 환경에서 활성화했는데 관련된 금융사들이 지금 위험하다. 신용 보강과 함께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중요하다. 그동안 많이 올랐으니 더 내려도 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여전히 필요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완화할 수 있다.”


“감세하려면 대폭 재정 구조조정 병행을”

-무역적자가 7개월째 이어지는데 당장 수출이 호조를 보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외환위기 우려도 있다.

“사실이다. 글로벌 수출 환경이 좋지 않다. 중국 시장 전망에 의구심이 크고, 우리나라 주력 분야인 반도체 수출이 약세인 것도 문제다. 당장 수출을 늘릴 방도는 안 보이지만 수출 기업들이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무역금융이 역할을 하고, 기업 비용을 낮춰야 한다. 근로자 손해는 크지 않으면서 기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발굴해야 한다.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 것이 교통 물류 통신 등이다. 타다 같은 신규 진입은 쉽게 하고 독점을 이용한 가격 인상은 제어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긴밀한 협조도 절실하다. 어렵더라도 미국을 설득해 상시적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노력해야 한다. 물에 빠지면 해주겠지 하지 말고, 먼저 확보해서 위기에 대응할 생각을 해야 한다. 상시적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한국 신용도가 올라가고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영국은 통화스와프가 있는데도 위기 아니냐고 하는데, 통화스와프가 없었으면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외환위기는 온다고 하면(위기의식을 갖고 대비하면) 안 올 것이고, 안 온다고 하면 올 것이다.”

-법인세율 인하, 종부세 대상 축소,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 정부·여당은 감세를 추진하고 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 입장인데 어떤 방향이 맞나.

“지금은 세금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종부세 부과 대상 조정이 이미 있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소득 없는 고연령층, 거주 목적 1주택자에게 부담이 된다. 금융투자세도 취지는 이해하나 지금처럼 자산가격이 대폭락한 상황에서 새로운 세금 부과는 유예하는 게 맞다고 본다. 부자들에게만 영향이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세금 부담 때문에 자산을 매각하면 그 여파가 이어진다. 법인세 또한 전 세계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과거 세율로 복귀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다만 감세는 재정을 대폭 구조조정하는 것과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채 발행을 하게 된다.”


“정부 일상 관리하듯 위기 대응해선 안 돼”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채권시장 위기에 대해선 아무 언급 없이 경제활성화 대책만 논의해 정부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평을 들었다. 서재훈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 채권시장 위기에 대해선 아무 언급 없이 경제활성화 대책만 논의해 정부의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평을 들었다. 서재훈 기자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회생신청 발언으로 채권시장 경색을 촉발하고 금융당국의 대처는 한발씩 늦는다는 평이 나오는 등 정부의 위기 대응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뭐가 문제인가.

“레고랜드 사태가 보여주듯 위기 상황에선 정책결정권자의 말 한마디가 매우 중요하다. 당국자가 파산이 발생할 것처럼 말하는 건 극히 위험하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다, 도산할 것이다, 이런 말은 실제 큰 일로 이어질 수 있다. 책임 있는 정책당국자라면 어떻게든 연착륙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금융시장은 깨지기 쉬운 살얼음판과 같다. 살얼음판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어야지 ‘내가 깨진다고 했잖아’라고 말해서야 되겠나. ‘안 깨진다’고 장담하며 마구 걷는 것도 물론 안 된다.

현 정부 경제팀의 문제는 백그라운드(재경부 관료 출신)가 같은 이들로만 구성돼 있다는 점이라고본다.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것은 필요하나 너무 동질적인 집단이어서 위기에 대응할 다양한 정책적 고민이 나오지 않고 있다. 관료 특성상 기존 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뻔한 대책만 나오고 잘 움직이지 않으며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순발력이 떨어진다. 지금은 일상적인 관리만 하면 되는 때가 아니라 구조적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하는 위기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미 통화스와프를 미국이 해주겠냐며 지레 포기하지 말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 채권안정기금도 신속해야 한다. 비상경제회의는 중요하다. 채권시장 위기 같은 비상 상황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생중계는 부적절하다. 대중에게는 정책 논의 후 정제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내년이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위기의 양상과 정도를 어떻게 전망하나.

“스태그플레이션은 이미 진행 중이다. 즉 경기 부진과 인플레이션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내년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계속되거나 또는 인플레이션은 잡히면서 일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진행될 것이다. 결국은 경기침체를 통해 물가가 잡힌다는 얘기다. 금리 인상을 통한 유동성 회수는 당분간 계속되다가 자유로워지겠으나, 국제 구도상 글로벌 공급망 악화는 지속될 것이고, 미국 민주당이 총선에서 선전한 이상 환경 규제로 인한 에너지 가격 압력도 유지될 것이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위험 분야와 대응 원칙, 또 개인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조언한다면.

“한국 경제에 거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고위험 분야는 채권시장, 외환보유, 부동산PF를 꼽을 수 있다. 정부는 우선 금리와 환율이 급격히 변동하지 않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몇 달 앞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자료에 기반해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개인들도 극단만 보지 말고 시장 변화에 관심 갖기를 바란다. 일단 지금 부채를 일으키는 건 엄청난 부담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가격이 떨어졌으니 뭔가를 사 두려는 사람은 자기 재원으로 해야지 대출로는 안 된다. 이미 부채가 많은 사람들은 가능한 한 상환을 하거나 상환 시점 도래를 대비해야 한다.“

김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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