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이 9조2,58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 '샤힌'(아랍어로 '매') 추진을 17일 공식화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크래커'(Steam Cracker·나프타 분해시설)를 울산에 건립,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석유화학 원료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단일 외국인 투자로 역대 최대 규모이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에 맞춰 투자 사실을 공개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우디 정부가 사회변혁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하는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 사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한국 측과 체결했다. 각 사업의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등 40조 원을 넘는 대규모 협력 사업이어서,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다시 한번 1970년대 누린 '중동 붐'을 기대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 수소, 화학, 농업, 바이오 등 전면적 협력 기반 마련"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 등 양국 정부와 경제계 인사 등 300여 명이 참석해 '한·사우디 투자 포럼'이 열려 이 같은 내용을 확정했다. 사우디 측이 자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과 총 300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맺었다"고 밝혀, 양국 정부가 현재 논의 중인 원자력발전(원전)과 방산 등이 추가되면 협력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우선 에쓰오일이 국내 건설사 3개 업체와 체결한 울산 2단계 석유화학 사업(샤힌)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은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스팀크래커 등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에쓰오일은 최대주주(63.4%)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대주주인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투자 확정 사실을 알렸다. 이창양 장관은 "양국의 보완적인 에너지‧산업구조를 활용함으로써 석유산업의 저탄소·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하는 대표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우디가 사업비 5,000억 달러(약 669조 원)를 투입하며 건설 중인 네옴시티에도 한국 기업이 대거 참여한다. 현대로템은 2조5,000억 원 규모의 네옴 철도 협력 관련 MOU를 맺어 최종 계약까지 간다면 사우디 고속철도 첫 수출 사례가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 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사업에 뛰어든다.
차세대 에너지로 꼽히는 수소 분야에서는 삼성물산, 한국남부발전, 한국석유공사, 포스코, 한국전력 등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시공·운영 능력을 보유한 석유화학 분야에서도 협력을 약속했다. 롯데정밀화학이 사우디 투자부와 화학분야에서 MOU를 맺었고, DL케미칼은 합성유 공장 설립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또 열병합(한전), 석유·가스·석유화학(대우건설), 가스절연개폐장치(효성중공업) 등 에너지 분야와 주조·단조 공장건설(두산에너빌리티), 산업용 피팅밸브(비엠티), 전기컴프레서(터보윈) 등 제조 분야 등에서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외에도 백신·혈청기술(유바이오로직스), 프로바이오틱스(비피도) 등의 바이오 분야, 스마트팜(코오롱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동명엔지니어링), 재활용플랜트(메센아이피씨), 투자 협력(한국벤처투자) 등 농업·서비스·투자 분야 등에도 진출한다.
이 장관은 "양국이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그동안 에너지·건설 분야에서 쌓아 온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동반자적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며 "협력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회장 등 기업 총수 8명, 빈 살만 왕세자 만나 사업 다각화 논의
이날 빈 살만 왕세자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등과 차담회를 갖고 새로운 사업 수주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다. 2019년 빈 살만 방한 당시 5대 그룹 총수를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만난 것을 감안하면 참석 규모가 커진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가 건설, 에너지, 미래교통수단, 조선·플랜트, 문화·콘텐츠,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등과 관련된 기업 총수들을 만나고 싶다고 요청한 것을 감안하면 협력 사업이 더욱 구체화되고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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