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냉전은 미국과 소련만의 충돌이던 첫 번째 냉전보다 더 위험하다."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17일 '미중 대립과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열린 '2022 코라시아포럼'에서 현재 국제정세를 이같이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대립하면서 "두 개의 매우 위험한 상황이 동유럽과 동아시아에서 각각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우크라이나와 중국, 북한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현실주의 국제관계 이론의 대가로 꼽힌다. 그는 구소련 붕괴 당시 우크라이나의 자발적 핵포기가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정확히 짚었다. 또 미중 패권경쟁도 예측했다.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을 통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이날 대담은 이동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진행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를 보면 미국이 러시아와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고, 동아시아 상황을 보면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하는 시나리오도 더 이상 상상 속에만 머물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은 러시아를 편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해야 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유럽에서 안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러시아와 등을 돌리고 러시아를 중국의 품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해서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에게 매력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교착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며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물러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푸틴의 후임자가 푸틴만큼 강경하거나 매파적이라는 증거가 많다. 오히려 더 강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핵전쟁 발생의) 확실한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색이 짙고 미국이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때 러시아가 핵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중국을 주목했다.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 때문이다. 이에 "미국은 유럽에서 눈을 돌려 아시아, 중국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대만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미중 전쟁'이 발발할 우려가 높은 곳으로 지목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분쟁지역이 존재한다는 것은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이 지역들은) 중국 본토가 아닌 해상이기 때문에 핵무기 사용도 상상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이어 "현재의 동아시아에는 유럽의 중부전선에 해당하는 게 없다"면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같은 곳에서는 소수의 지상군만 관여한 채 공군과 해군이 충돌하고, 이런 전쟁은 훨씬 (발발)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다만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상륙작전 실행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못지않게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은 단연 '한반도'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국이 미중 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네 번째 지역인 것은 확실하다"면서 "남북 간 시작된 전쟁이 미국과 중국의 참전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대국이 동맹국들의 핵무기 보유에 반대하는 이유가 이것"이라고 단언했다. 국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 주장에 쐐기를 박은 셈이다.
그는 "다수의 중국 고위급 인사들이 우려하는 것은 북한이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한국·미국과 전쟁을 일으켜 중국이 관여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중국 입장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미국도 한국이나 일본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핵무기가 있었다면 (리비아) 카다피와 (이라크) 사담 후세인이 그렇게 (몰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당연히 이를 알고 있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면 미쳐버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한국에) 이익이 된다. 핵무기가 미국, 북한에게 궁극의 억지력이라면 한국 입장에서도 그렇게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한국에 핵우산을 두고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안을 지지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시진핑 주석 3연임 이후 미중 경쟁이 한층 첨예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중국은 시진핑 다음 임기 동안 미국과의 군사·경제적 측면에서 진정한 안보경쟁에 대비할 것"이라며 "중국은 최근까지 우호적으로 대했던 미국이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행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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