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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살해한 초등생 사건 숨긴 경찰... 법원 “국가가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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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가 살해한 초등생 사건 숨긴 경찰... 법원 “국가가 배상하라”

입력
2022.11.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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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찰이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했다"
“경찰 위법행위로 유족 인격적 법익 침해”
“국가는 유족에 2억2,000만원 배상하라"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인 '화성 실종 초등학생'의 아버지 고 김용복씨가 2020년 7월 7일 실종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 화성시의 한 공원에서 헌화를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인 '화성 실종 초등학생'의 아버지 고 김용복씨가 2020년 7월 7일 실종 당시 피해자의 유류품이 발견된 경기 화성시의 한 공원에서 헌화를 위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로 알려진 김모(당시 8세)양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유족들은 경찰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해 살인사건에 대한 실체적 규명이 지연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법 민사15부(부장 이춘근)는 17일 김양의 아버지인 고(故) 김용복(69)씨 등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유족에게 2억2,0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김양이 실종됐을 당시 해당 지역에서 연쇄살인 사건으로 경찰이 처해 있던 상황과 경찰 진술 내용 등을 종합하면 경찰이 김양의 것으로 보이는 시신 일부와 가방 등을 발견했음에도 불상의 방법으로 은닉했다”며 “김양이 살해됐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음에도 단순 가출사건으로 종결해 김양 실종사건의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 조작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의 위법 행위로 유족은 김양에 대해 애도와 추모할 권리, 김양의 사인에 대해 알 권리 등 인격적 법익이 침해됐다”며 “국가는 김양 유족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유족은 김양의 사망 여부를 알지 못한 채 장기간 고통받았고 시신도 수습하지 못했다”며 “이런 피해는 어떤 방식으로도 회복하기 어렵고, 수사기관이 직무를 태만히 하는 것을 넘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닉해 국가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훼손됐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금전적 보상으로나마 손상된 신뢰를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며 “김양 부모에게 각 1억 원, 오빠에게 2,000만 원을 배상하되 부모가 모두 사망함에 따라 김양 오빠에게 2억2,000만 원을 모두 배상하라”고 주문했다.

오빠 김씨는 선고 직후 “동생 소식을 기다린 30년보다 소송 판결까지 2년 8개월을 기다리는 게 더 힘들었다”며 “재판부가 국가 책임을 인정하긴 했지만, 당사자인 경찰들이 이 사건에 대해 꼭 사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 변호사는 “유족 입장에선 마지막으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제도가 국가 손해배상 판결이었는데, 그 책임이 인정돼 다행”이라고 했다.

김양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1989년 7월 7일 경기 화성시 태안읍에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됐다. 가족들은 김양을 찾아 나섰지만 끝내 찾지 못해 30년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이후 경기남부경찰청이 2019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춘재로부터 김양을 성폭행 후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경찰이 실종 5개월 만에 실종 지역 인근에서 김양의 시신 일부를 발견하고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도 드러났다.

유족들은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추모식을 연 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김양 아버지는 선고를 불과 두 달여 앞둔 올해 9월 숨졌고, 어머니는 2년 전 소송을 제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이춘재 연쇄살인범 몽타주(오른쪽)와 고교 졸업 당시 사진.

이춘재 연쇄살인범 몽타주(오른쪽)와 고교 졸업 당시 사진.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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