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세계 폐암의 날’…매년 정기검진·고위험군 저선량 CT 필요
암은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이 가운데 폐암 사망률이 가장 높다.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21년 사망 원인을 보면 10만 명 당 161.1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사망 원인 2위 심장 질환 61.5명의 2.6배, 3위와 4위인 폐렴(44.4명)과 뇌혈관 질환(44.0명)보다 각각 3.6배, 3.7배 높다.
지난해 국내 폐암 사망자는 10만 명 당 36.8명으로 전체 암 가운데 가장 많았다. 간암(20.0명), 대장암(17.5명), 위암(14.1명), 췌장암(13.5명) 등이 뒤를 잇는다. 특히 폐암 남성의 경우 10만 명당 사망자가 54.5명에 달한다.
김주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이 무서운 암으로 꼽히는 이유는 낮은 생존율에 있다. 폐암을 조기 발견하려면 40세 이후 매년 정기검진을 받고, 고위험군에 해당하면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매년 11월 17일은 ‘세계 폐암의 날’이다.
폐암으로 진단받고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30%대로 알려진다. 특히 다른 장기로 전이된 4기 이상 말기 폐암은 5년 생존율이 8.9%로 뚝 떨어진다. 전체 암의 상대 생존율이 평균 70%가 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치료가 힘들고 생존율이 낮은 암이 폐암이다.
그러나 최근 폐암 치료에 표적 항암제 치료나 면역 항암제 치료 등 새로운 항암 전략이 속속 등장하면서 더 이상 두려운 암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김주상 교수는 “폐암 환자의 절반 가까이는 말기 단계인 4기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받아 예후가 좋지 않다. 최근 국가암검진에 저선량 CT 폐암 검진이 도입돼 조기 폐암을 진단하는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다수의 새로운 면역 치료제와 표적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폐암은 폐 자체에서 발생한 ‘원발성 폐암’과 다른 장기에서 생긴 암이 폐로 전이된 ‘전이성 폐암’으로 나뉜다. 또 암세포 크기와 형태에 따라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하는데, 비소세포폐암이 80~8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폐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폐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1만376명으로 전년 10만2,843명 대비 7.3%, 7,533명 늘었다. 2012년 6만4,377명과 비교하면 9년간 1.7배 늘었다.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70%는 흡연과 연관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10배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간접 흡연도 마찬가지다. 비흡연자보다 1.5~2배 높다. 흡연 양과 기간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에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상대적으로 흡연 비율이 낮은 여성 폐암 환자의 80% 이상은 흡연 경험이 없다. 간접 흡연과 음식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나 연료 연소물에 의한 실내 공기 오염, 라돈 등 방사성 유해물질 노출, 기존 폐 질환 등이 요인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석면ㆍ비소ㆍ크롬 등의 위험 요인에 노출된 직업적 요인, 공기 중 발암물질인 벤조피렌, 방사성 물질 등 환경적 요인, 폐암 가족력이 있는 유전적 요인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김주상 교수는 “폐암 발생 위험은 흡연 시작 연령이 낮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수록,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높다. 금연을 하면 5년째부터 폐암 발생 위험이 감소하기 시작해 10년이 지나면 폐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절반으로 감소하고 15년 정도 금연하면 비흡연자의 1.5~2배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폐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초기에 발견이 쉽지 않다. 조기에 진단되는 환자는 전체의 5~15%에 불과하다. 폐에는 감각 신경이 없어 증상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폐암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자각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침ㆍ객혈ㆍ가슴 통증ㆍ호흡곤란 등이다. 또 성대 마비에 의한 쉰 목소리, 안면 또는 상지부종, 삼킴 곤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흉곽 외 전이 증상으로 뇌 전이에 의한 두통과 신경 증상, 골 전이에 의한 골 통증과 병적 골절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밖에 비특이적 증상으로 체중 감소, 식욕부진, 허약감, 권태, 피로 등이 있다. 폐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은 저선량 CT다. 환자에게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로 최소화한 CT다. 노출을 최소화해 방사선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였다. 폐암 검진 권고안에서는 55세 이상 인구 중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운 ‘고위험군’에 우선적으로 매년 저선량 CT를 권하고 있다.
폐암 치료는 최근 면역 항암제가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암 치료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으로 불리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표준 치료로 면역 항암제를 권고한다.
실제 최근 세계폐암학회가 발표한 면역항암제 1차 치료의 장기 생존 치료 성적을 보면 4기 비편평비소세포폐암 환자가 1차 치료로 면역 항암제 병용 치료 시 생존 기간이 기존 10.6개월에서 22개월로 2배 증가했고, 2년간 면역 항암제 1차 치료를 완료한 환자의 80.4%가 4년간 생존했다.
김주상 교수는 “국내 말기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8.9%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면역 항암제가 보인 성과는 고무적”이라며 “현재 면역 항암제가 국내 모든 환자의 1차 치료로 사용이 가능한 만큼 장기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폐암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다. 담배를 아예 피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흡연자는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오염된 공기, 미세먼지, 석면, 비소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폐암 유발 물질이 유입되지 않도록 외출이나 작업을 할 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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