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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확충 필요한 수도권 지자체 10곳… '쓰레기 대란'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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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확충 필요한 수도권 지자체 10곳… '쓰레기 대란' 초읽기

입력
2022.11.21 04:30
수정
2022.11.21 12:5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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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2026년부터 수도권 매립 금지
1000톤 추가 마포구도 서울시와 갈등
의정부시 추진에 인접 양주·포천 "안돼"
인천 고양 부천 안산 화성도 '발등의 불'
"구체적 인센티브 등 해법 공론화 시급"

서울시가 광역자원회수시설 후보지로 선정한 마포구 상암동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 소각장 설치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최다원 기자

서울시가 광역자원회수시설 후보지로 선정한 마포구 상암동 기존 마포자원회수시설 앞에 소각장 설치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최다원 기자

‘17년 소각장 감내했더니 하루 1,000톤 추가가 웬 말이냐.’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소각장) 주변에는 신규 소각장 설치 반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소각장과 불과 1㎞ 떨어진 상암월드컵아파트에서 20년째 거주하는 김모(53)씨는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기준치 이하일 뿐 유해물질이 안 나오는 게 아니다”며 “아무 협의 없이 서울시가 ‘여기에 소각장 있으니까 더 짓자’고 하는 건 주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2026년부터 갈 곳 없는 서울 쓰레기 1,000톤

서울 마포구 소각장 추가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달 18일 서울시의 주민설명회가 진행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광장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서울 마포구 소각장 추가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달 18일 서울시의 주민설명회가 진행된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광장에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수도권 ‘쓰레기 전쟁’이 갈수록 태산이다. 지난해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2026년부터 수도권에 생활폐기물 매립이 금지되면서 소각장 추가 확충이 시급하지만, 주민들 반발로 부지 선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소각장 일처리 용량이 발생량과 비교해 50톤 이상 모자란 수도권 지자체만 10곳에 달한다.

8월 말 기존 소각장이 있는 마포에 추가로 소각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서울시는 마포구와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생활폐기물은 3,687톤(2020년 기준)으로 이중 5개 소각장(마포ㆍ강남ㆍ노원ㆍ양천ㆍ은평)에서 2,475톤이 소각된다.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 129톤을 제외하면 매일 1,083톤이 매립되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마포에 1,000톤 규모의 신규 소각장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다만 2027년 신규 소각장이 완공돼도 처리 용량이 부족해 2035년까지는 기존 소각장과 함께 가동한다. 시는 나머지 소각장 4곳을 현대화해 처리 용량을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 계획에 마포구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마포구는 2005년부터 750톤 규모의 소각장을 운영하며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며 “근본대책 없이 더 큰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지역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설치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 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절차적 문제도 제기했다. 마포구는 물론 인근 경기 고양시와 은평구 주민들도 ‘마포소각장백지화투쟁본부’를 꾸려 시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선포했다. 소각장 예정 부지 인근 아파트에 10년째 거주해온 정모(42)씨는 “기존 소각장이 없어진다는 얘길 듣고 이사왔는데 추가로 소각장이 생긴다니 날벼락 맞은 기분”이라며 “아무리 깨끗이 관리해도 아이 키우는 부모 입장에선 불안하지 않겠나. 경제적 보상보다는 소각장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서울시 입장은 강경하다.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입지, 사회, 환경, 기술, 경제 등 5개 분야 28개 항목에서 마포구가 가장 높은 점수(94.9점)를 받아 결정됐기 때문에 더 이상 소각장 설립을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신 마포구에 1,000억 원을 투입해 수영장과 놀이공간 등 주민편의시설을 만들고, 연간 100억 원가량의 주민기금을 조성하는 등 '통 큰 보상안'을 마련했다. 윤재삼 서울시 자원회수시설추진단장은 “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며, 내달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들 협조를 구할 계획”이라며 “주민소통협의체를 구성해 주민들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다.

수도권 10곳 소각장 갈등…“쓰레기 문제 공론화 시급”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자원회수시설(오른쪽) 건너편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왼쪽)가 들어서 있다. 2001년 지어진 장암동 소각장은 내구연한 15년이 지나 이전이 필요하다. 강지원 기자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자원회수시설(오른쪽) 건너편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왼쪽)가 들어서 있다. 2001년 지어진 장암동 소각장은 내구연한 15년이 지나 이전이 필요하다. 강지원 기자

소각장 설립 갈등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기 의정부시도 2001년 지어진 장암동 소각장을 대체할 부지 선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시는 기존 소각장의 내구연한 15년이 지난 데다 쓰레기 발생량도 급증하자, 내년 12월까지 1,000억 원을 투입해 자일동 환경자원센터에 하루 220톤을 처리할 수 있는 소각장 설립을 추진해왔다. 의정부시는 “예정 부지는 주민 거주지와 떨어져 있고, 재활용 선별시설과 음식물류 폐기물자원화시설 등이 있어 폐기물처리시설 집약화 정책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일동 주민뿐 아니라 양주시와 포천시 등 인접 지자체까지 반발하면서 사업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자일동 주민 이진경(67)씨는 "이미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로 악취 등에 시달리고 있는데 아무 대책이나 보상이 없었다"며 "(반대할) 주민 수가 적고, 기존 시설이 있던 곳에 지으려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2025년까지 소각장 확충이 필요한 수도권 지자체. 그래픽=김문중 기자

2025년까지 소각장 확충이 필요한 수도권 지자체. 그래픽=김문중 기자

의정부시의 추진 방침에 양주ㆍ포천시가 반발하면서, 현재 소각장 설립과 관련해 환경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의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예정 소각지에서 1.6㎞ 떨어진 포천시는 “유네스코 세계생물권 보전지역인 광릉숲에서 불과 4㎞ 떨어진 곳에 대규모 소각장을 짓겠다는 것은 광릉숲 환경을 훼손하겠다는 것”이라며 “숲을 지키려고 그린벨트 등 각종 규제를 참아온 주민들 희생은 헛된 것이었냐”며 반발했다.

수원시도 1999년 지은 영통 자원회수시설을 현대화해 연장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로 결국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부지 선정에 나섰다. 인천시도 매일 540톤을 처리할 소각장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고, 고양시(350톤), 부천시(900톤), 화성시(500톤), 김포시(500톤) 등 수도권 10개 지자체에서 당장 추가 소각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해당 지자체에 지난 7월 소각장 설치 촉구 공문을 보냈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소차 차고지에서 생활쓰레기를 소각 전 다시 선별하는 전처리를 하고 있다. 마포구는 전처리 과정을 통해 추가 소각장 설치가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소차 차고지에서 생활쓰레기를 소각 전 다시 선별하는 전처리를 하고 있다. 마포구는 전처리 과정을 통해 추가 소각장 설치가 필요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쓰레기 처리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란 점을 인정하고 서둘러 공론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포구가 소각장 증설 대안으로 제시한 '전처리'(생활쓰레기를 소각 전 다시 선별하는 것) 시설 설치도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해 검토해야 할 문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소각장이 들어서는 지역 주민들 반발은 당연하다”며 “소각장 설치 이전에 쓰레기 처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큰 틀의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쓰레기를 소각했을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 정보를 단순히 전광판에 표시할 게 아니라,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듯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쉽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소각장 설치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나 주민편의시설 설치도 사회 전체적으로 수긍하고 공유할 수 있는 합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마포구는 기존 소각장 운영에 따른 주민기금(상암동 발전기금)이 2009년 이후 40억 원 넘게 조성됐지만 주민들이나 지역사회에 집행된 금액은 ‘0’원이다. 마포구 관계자는 “소각장 인근 주민복지 증진을 위해 마련됐지만 2010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시설을 짓기엔 기금이 턱없이 부족해 은행에 예치해뒀다”고 설명했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금이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며 “주민들에게 직접 보상하는 등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이종구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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