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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슬퍼 마오"... 이태원 골목에 울려 퍼진 '위로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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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슬퍼 마오"... 이태원 골목에 울려 퍼진 '위로의 선율'

입력
2022.11.21 04: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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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역 출구 앞 매장 추모 음악회 열려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음악가 18팀 공연
"소중한 하루 다시 살아갈 위로 나눴으면"
추모 물결 이태원역서 참사 골목 이어져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에서 테너 김병오씨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노래 부르고 있다. 이유진 기자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 위치한 한 화장품 매장에서 테너 김병오씨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며 노래 부르고 있다. 이유진 기자

"그곳에서 슬퍼 마오. 나 거기 없소, 이 세상을 떠난 게 아니라오."

20일 오후 2시 이태원역 1번 출구. 흰색 국화와 추모 포스트잇이 빼곡히 자리한 이곳에서 8년 전 세월호 참사를 위로했던 추모곡 '내 영혼 바람되어'가 울려 퍼졌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지난달 29일 참사가 발생한 해밀톤호텔 골목 입구의 화장품 매장이었다. 여기에선 유명 음악가부터 이름 모를 시민까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추모 음악회'가 1주일째 열리고 있다. 참사 직후부터 이달 12일까지 휴업했던 매장은 지난 13일 영업을 재개하며 추모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가게 안에 피아노를 준비했다. 매장 입구에는 '위로와 응원의 마음을 나누고 싶은 분들은 언제나 함께해 달라'는 안내판이 설치됐다.

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한 화장품 가게 앞에 추모 연주회 안내판이 놓여 있다. 이 매장은 지난 13일 영업을 재개한 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펼쳐지는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등 추모 공연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한 화장품 가게 앞에 추모 연주회 안내판이 놓여 있다. 이 매장은 지난 13일 영업을 재개한 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펼쳐지는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등 추모 공연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유진 기자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공연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음악가는 18팀에 이른다. 전수경 음악감독, 재즈 피아니스트 고희안씨 등 유명인부터, "그저 마음을 보태고 싶다"며 연주한 뒤 홀연히 떠난 시민들까지. 피아노뿐 아니라 첼로, 바이올린, 플루트 등 각자 악기를 들고와 연주하거나 성악과 아카펠라 공연을 열기도 했다.

20일에도 9팀이 추모 공연을 신청했다. 첫 순서로 매장을 찾은 테너 김병오씨는 슈베르트의 연가곡 3곡과 김효근의 '내 영혼 바람되어' '천년의 약속' 등 5곡을 연달아 불렀다. 그는 "노래 가사에는 떠나간 분들이 살아계신 분들께 '항상 곁에 있을 테니 힘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그 마음을 담아, 대신 노래해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주말을 맞아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은 매장 앞에 멈춰 귀를 기울였다. 경기 부천에서 온 김단비(21)씨는 "힘 있는 목소리를 듣다 보니 비통하다는 생각보다는 위로 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한 중년 여성은 두 손을 꼭 쥔 채 묵념하듯 고개를 숙였다. 이 매장은 원래 20일까지만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위로를 받았다는 반응이 많아지자 연장을 검토 중이다.

20일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오세운 기자

20일 '이태원 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옆 골목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오세운 기자

지난 11일 경찰통제선이 걷힌 해밀톤호텔 옆 골목도 추모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부터 이곳까지 국화꽃과 포스트잇에 적힌 추모 글이 빼곡하게 이어졌다.

'따뜻하게 담요라도 덮어주고 싶지만, 핫팩이라도 가시는 길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들은 여기서 대신 위로할게요'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도 구해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눈물로 사죄합니다' 등의 글이 추모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골목 인근에서 국화꽃을 판매하는 상인 김모씨는 매장 앞에 '유가족분들께는 사비로 꽃다발을 만들어 드린다'는 안내문을 써붙였다. 이태원에서 태어나 수십 년을 살아온 그는 참사 직후부터 추모하러 온 군인과 노인 등에게 무료로 꽃을 나눠줬다. 김씨는 "앞으로도 유족들에게는 직접 꽃을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이유진 기자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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