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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성 시위 끝내겠다"는 이란… 월드컵 보이콧까지 '국제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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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여성 시위 끝내겠다"는 이란… 월드컵 보이콧까지 '국제 망신'

입력
2022.11.21 20:05
수정
2022.11.21 22:4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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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시위 3개월째... 시민 저항 더 타올라
강경 진압에 어린이 58명 포함 380명 사망

얼굴에 이란 국기와 붉은 손자국 그림을 그린 한 여성이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얼굴에 이란 국기와 붉은 손자국 그림을 그린 한 여성이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에 나서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사악한 여성 인권 시위를 끝내겠다."

이란 반정부 시위를 겨냥한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3)의 발언이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간 마흐사 아미니(22)가 올해 9월 의문사한 이후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3개월째. 하메네이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그가 자유, 평등을 향한 외침을 묵살하는 사이 애꿎은 목숨만 스러지고 있다. 이란 사법당국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무더기로 사형을 선고했고, 군경의 무자비한 진압에 어린이만 최소 58명이 숨졌다.

자유 향한 외침이 "악"이라는 하메네이

20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하메네이가 "사악한 여성 인권 시위를 끝내겠다. 이란의 목표는 자유민주주의 논리가 틀렸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날 선언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악은 의심할 여지없이 종식되고, 이란은 더 많은 힘과 더 새로운 정신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여성, 생명, 자유'를 외치는 시위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소탕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신정 일치의 이슬람공화국인 이란에서는 '신의 대리인'인 최고지도자가 권력의 정점에 있다. 1989년 국부인 호메이니 사후 종신직인 최고지도자를 계승한 하메네이는 이슬람율법에 따라 이란을 통치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타라 세페리 파르는 "이란 정부는 그들이 직면한 문제를 이해하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테헤란=AFP 연합뉴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테헤란=AFP 연합뉴스


시위했다고 사형… 어린이 58명 숨졌다

시위대에 총부리를 겨눈 이란 정부의 무력 진압이 잔인해지면서 희생자도 불어나고 있다. 이란 인권운동가(HRA)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380명의 시위 참가자가 숨졌다. 9세인 키안 피르팔락을 포함한 58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키안의 어머니는 지난 18일 수백 명의 조문객이 모인 아들의 장례식에서 "사복 경찰이 키안을 총으로 쐈다.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고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달 13일에는 신원 미상의 시위 참가자 한 명이 처음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정부 청사에 불을 지른 것이 죄목이다. 이후 5명이 폭동, 살인, 사회불안 조장 등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최소 20명이 사형 선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1만6,000명 이상이 구금됐고, 1,000여 명이 기소된 상태다.

이란 여성인권운동가 마시 알리네자드는 "하메네이 정권이 더 많은 사람을 감옥에 가두고 죽일수록 시민들은 이슬람공화국을 끝내기로 결심한다"며 "전 세계는 '민주주의 국가' 이란을 볼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들의 얼굴 사진을 올렸다. 앤젤리나 졸리 인스타그램 캡처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란의 반정부 시위로 목숨을 잃은 청소년들의 얼굴 사진을 올렸다. 앤젤리나 졸리 인스타그램 캡처


유명인들도 이란 비판 가세

이란 축구대표팀이 21일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잉글랜드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르기 전 이란 국가(國歌)를 따라 부르지 않고 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와 연대한다는 의미다. 도하=AFP 연합뉴스

이란 축구대표팀이 21일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잉글랜드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을 치르기 전 이란 국가(國歌)를 따라 부르지 않고 있다. 이란의 반정부 시위대와 연대한다는 의미다. 도하=AFP 연합뉴스

꺼지지 않는 시민들의 저항에 유명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카타르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대표팀 주장 에산 하즈사피는 지난 20일 개막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들(시위대와 희생자의 유족들)과 함께한다. 지지하고,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의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란 대표팀은 반정부 시위대와 연대한다는 의미에서 21일 잉글랜드와 경기 전 자국의 국가(國歌)가 울려 퍼질 때 아무도 따라부르지 않았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해 기록을 깨기 전까지 A매치 최다골 1위였던 이란의 전설적 골잡이 알리 다에이도 월드컵을 보이콧했다. 마찬가지로 시위대에 연대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란의 유명 배우 헹가메 가지아니는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히잡을 쓰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올리면서 "지금부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이란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썼다. 앞서 이란 정부를 "아동 살해범"이라고 비판했던 그는 현재 구금돼 있다.

미국의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SNS에 시위로 숨진 이란 아동·청소년 35명의 사진을 올리고 "아이들은 모든 종류의 위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그들은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고 호소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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