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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이면 로봇이 지도 그려내요"...'네옴시티'도 관심 보인 네이버의 그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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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이면 로봇이 지도 그려내요"...'네옴시티'도 관심 보인 네이버의 그 기술

입력
2022.11.22 04: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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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디지털 트윈 기술 쓰인 국립중앙박물관
폰 카메라로 현재 위치 확인, 유물까지 길 안내
비싼 라이다 대신 카메라만으로 가능
네이버는 23일부터 로봇 기술 외부에 판매

16일 네이버의 실내·외 매핑로봇 'M2'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돌아다니고 있다. 안하늘 기자

16일 네이버의 실내·외 매핑로봇 'M2'가 국립중앙박물관을 돌아다니고 있다. 안하늘 기자


운전 중 터널이나 실내에 들어서면 내비게이션이 잘 잡히지 않아 답답할 때가 많다. 내비게이션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기 때문에 벽으로 막힌 공간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그럼 실내에선 어떻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목적지까지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을까.

네이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했다. 디지털 트윈이란 마치 쌍둥이처럼 현실 공간을 가상에 그대로 구현하는 개념이다. 로봇이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는 GPS가 닿지 않는 공간에서도 디지털 트윈 속 지도를 보고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네이버는 이 기술로 14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시작했다.

1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이동환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자체 개발한 지도 로봇 M2를 전시장 곳곳을 돌아다니게 한다"며 "세 시간 정도 모은 데이터를 이틀 정도 처리하면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1784 사옥에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고도화 중인 네이버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좋은 테스트베드로 판단하고 1년 이상 개발에 나섰다. 일반 도심지와 달리 모양이 다른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있어 이를 디지털로 구현하는 데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박물관에서도 내 위치 확인, 유물 직관적 안내

박물관 내 빗살무늬토기 전시 위치를 알려주는 네이버의 AR 내비게이션. 안하늘 기자

박물관 내 빗살무늬토기 전시 위치를 알려주는 네이버의 AR 내비게이션. 안하늘 기자


네이버의 태블릿 속 AR 내비게이션 앱을 켜면 카메라 화면과 박물관 정보 검색 기능을 볼 수 있다. '빗살무늬토기'를 검색하자 가장 좋은 경로를 보여준다. 마치 자동차 내비게이션처럼 화살표 방향으로 길을 안내하고, 남은 거리도 알려준다. 신석기 유물 전시관 내 빗살무늬토기에 가까이 가자 화면에 옛 빗살무늬토기를 재현한 가상 이미지가 나타났다. AR 내비게이션이 없었다면 빗살무늬토기가 신석기관에 있는지, 구석기관에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했을 것이다. 과거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길을 헤매다 시간에 쫓겨 보고 싶던 작품을 보지 못했던 경험도 떠올랐다.

사실 이 기술의 목적은 단순히 실내 길 안내가 아니다. 이용자의 태블릿이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 기술은 로봇 대중화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로봇 수십 대가 실내를 돌아다니고,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려면 각각의 로봇이 어디에서 돌아다니는지 아는 것이 필수다.

이 책임리더는 "다른 회사 로봇은 값비싼 라이다 센서로 위치 파악 문제를 해결하는 반면 네이버는 카메라로 접근했다"며 "로봇을 위한 지도를 따로 만들어 제작 원가를 낮췄다"고 말했다. 라이다는 한 대에 600만 원 정도지만, 카메라는 6만 원이면 충분하다. 반면 M2에는 최신 라이다를 달았다. 즉, 네이버는 개별 로봇에는 카메라를 설치하는 대신 한 대의 M2만으로 디지털 트윈을 마련했다.

이는 마치 테슬라의 슈퍼컴퓨터가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연산해 최적의 자율주행 기술을 만들고, 도로 위 차량은 카메라만으로 자율 주행하는 것과 비슷하다. 네이버에 따르면, 카메라를 통해 실내에서 파악한 위치의 오차는 15cm 이내, 각도 오차는 3도 안팎이다. 이는 사람도 맨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로봇과 로봇, 로봇과 인간 공존 위해선 필수 기술

네이버 사옥 1784에서는 직원들이 로봇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 사옥 1784에서는 직원들이 로봇과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는 23일부터 실내 지도 생성 기술과 위치 측정 기술 등을 세트로 묶어 판매한다. 이미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실내 내비게이션, 주차 내비게이션 등을 개발하는 데 이 기술을 썼다. 수많은 상품이 쌓인 백화점은 고객이 관심을 갖는 옷의 위치를 알고, 할인 쿠폰을 제안하거나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비추는 마케팅도 가능하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방문해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네옴시티'에서도 네이버의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초 국토교통부가 네옴시티 수주 활동을 위해 꾸린 수주지원단에 포함돼 사우디아라비아에 갔다. 높이 500미터의 수직 도시 내에 수많은 로봇과 거주민이 공존하는 네옴시티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위치 측정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책임리더는 "네이버는 사옥인 1784에서 100대 이상의 로봇을 구동하면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며 "이미 여러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에서 관련 기술에 관심을 갖고 직접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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