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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의 운명을 휘덮은 '검은 안개'

입력
2022.11.28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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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일본 프로야구 최대 스캔들

니시테츠 라이온스 주전 투수 시절의 이케나가 마사아키. sp.baseball.findfriends.jp

니시테츠 라이온스 주전 투수 시절의 이케나가 마사아키. sp.baseball.findfriends.jp

1950년 시작된 일본 프로야구 최악의 스캔들로 꼽히는 이른바 ‘검은 안개(黒い霧) 사건’이 1969년 발생했다. 니시테츠(西鉄) 라이온스를 중심으로 한 선수들의 집단 승부조작 사건이었다. 일본 사회파 추리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논픽션 제목(‘일본의 검은 안개’)에도 등장하는 ‘검은 안개(쿠로이키리)’는 정계 등 권력자의 흑막의 이권 범죄를 주로 가리키는 말이지만, 비리·부정의 포괄적 은유로도 쓰인다.

진상은 라이온스 한 선수의 언론사 제보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주전 투수가 고의 실책 등으로 승부 조작에 가담한 단서를 포착한 요미우리신문 계열 스포츠지 기자는 요미우리 사회부와 특별취재에 나서 투수 나가야스 마사유키의 배후에 야쿠자가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요미우리 특종보도 직후 종적을 감췄던 나가야스는 이듬해 4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혼자 한 일이 아니란 사실을 폭로했다. 니시테츠 선수 전원이 조사를 받았다. 한신, 난카이, 도에이 등 퍼시픽리그 선수 다수의 혐의가 드러났고, 모터바이크 레이스 등 도박 사실도 잇달아 확인됐다. 일본 프로야구연맹은 1969년 11월 28일 선수 6명을 영구제명하고 10명에게 출장정지 등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 9월 숨진 니시테츠 주전 투수 이케나가 마사아키(池永正明, 1946~2022)도 제명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1963년 춘계 고시엔에서 모교 시모노세키상고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인 그는 1965년 라이온스에 입단, 첫 시즌 30경기에 선발 출전해 20승 10패(자책점 2.27)로 신인왕이 된 기대주였다. 그는 선배들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100만 엔을 받았지만,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보관했으며 “결코 승부조작에는 가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를 불기소처분했지만, 그의 선수 생명은 결딴났다.

원로 선수들과 동료, 팬들의 요청에도 요지부동이던 연맹은 35년 뒤인 2005년에야 그를 사면복권시켰다. 그는 사회인야구팀 감독과 지역 방송국 야구해설가 등으로 활동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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