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르 발렌시아, 전반 두 골 넣고 MVP 차지
카타르는 '사상 최초 개최국 첫 경기 패배' 굴욕
전반 40분부터 홈팀 관중 퇴장... "기이한 장면"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에서 에콰도르의 에네르 발렌시아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알코르=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첫 골의 주인공은 에콰도르의 베테랑 공격수 에네르 발렌시아(33)였다. 전반에만 에콰도르에 두 골을 내준 카타르는 92년 내내 이어진 '개최국 첫 경기 무패 전통'을 이어받지 못하고 굴욕의 역사를 썼다.
에콰도르, 개최국 카타르와 개막전에서 2-0 승리
2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에콰도르는 카타르를 상대로 2-0의 승리를 거뒀다. 튀르키예(터키) 클럽 페네르바체 SK 소속 발렌시아가 전반에만 두 골을 연이어 넣으면서 승리를 이끌었다.
발렌시아는 경기 시작 3분 만에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결과 골은 취소됐다. 아쉬움도 잠시, 에콰도르는 전반 16분 카타르 골키퍼의 파울로 페널티킥 기회를 얻었다. 키커로 나선 발렌시아는 침착하게 골망 오른쪽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더니 불과 15분 뒤엔 구석을 노린 헤딩으로 두 번째 골까지 터뜨리며 개막전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김민재 전 동료... 가난 딛고 세계적 스트라이커로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에서 에콰도르 에네르 발렌시아가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알코르=연합뉴스
아프리카계 선수인 발렌시아는 2012년부터 에콰도르 국가대표로 뛰었다. 특히 2020년부터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수 김민재(26·나폴리)와 한 시즌 동안 페네르바체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유소년 선수 생활을 할 때 그는 식비도 마련하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다"며 발렌시아의 성공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대회 첫 MVP(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발렌시아는 "경기장에 도착해 웜업을 할 때 관중석에 자리한 많은 에콰도르 팬을 봤다"며 "그들의 응원이 엄청난 분위기를 만들었고, 승리를 위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카타르, 사상 첫 개최국 개막전 패배에 관중 퇴장까지
2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에서 카타르 팬들이 경기가 끝나기 전 자리를 떠 관중석이 중간 중간 비어있다. 알코르=연합뉴스
카타르는 이날 경기로 '사상 첫 월드컵 개최국 개막전 패배'라는 오명을 썼다. 1회 대회였던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이래로 개최국이 첫 경기(개막전 포함)에서 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펠릭스 산체스 카타르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끔찍한 출발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경기"라고 자책했다.
자국 팀의 실망스러운 경기력에 홈팀 카타르 관중들은 전반 40분부터 하나둘 경기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ESPN은 "카타르 팬들이 떼를 지어 떠나는 기이한 장면이 후반전을 에콰도르의 분위기로 만들었다"면서 미성숙한 관중 문화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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