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며 기분 좋은 골 잔치를 벌였다. 득점왕 2연패를 노리는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토트넘)이 침묵했지만 19세 신성 주드 벨링엄(도르트문트)이 포문을 열고 부카요 사카(아스널)과 래힘 스털링(첼시), 마커스 래시퍼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잭 그릴리시(맨체스터 시티)가 나란히 골맛을 봤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잉글랜드는 21일 카타르 도하의 칼라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예선 이란(20위)과 첫 경기에서 6-2 완승을 거뒀다. 월드컵에서 이란을 처음 만난 잉글랜드는 가뿐히 승점 3을 챙겨 1966년 대회 이후 56년 만의 우승 가능성을 부풀렸다. 자국 내 ‘히잡 의문사’로 대표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이란은 객관적인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완패했다.
세상의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경기 전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선보인 잉글랜드는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란의 ‘늪 축구’를 무너뜨리는 데는 30분이 넘게 걸렸다.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의 부상으로 경기가 8분 가량 지체된 영향이다. 하지만 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매과이어가 머리로 골대를 강타하며 기세를 올렸고, 3분 뒤 벨링엄이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루크 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잉글랜드의 공세는 계속됐다. 43분 쇼가 올린 코너킥을 매과이어가 머리로 떨궜고, 이 공을 사카가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또 전반 추가 시간인 46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케인의 반 박자 빠른 크로스를 스털링이 오른발을 갖다 대 득점으로 연결했다. 후반에도 사카가 17분 추가골을 터뜨려 일찌감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잠시 방심하는 사이 후반 20분 이란의 메디 타레미에게 골을 허용했지만 교체 선수로 투입된 래시퍼드가 27분에 다섯 번째 골, 45분에 그릴리시가 여섯 번째 골을 장식했다.
이란이 월드컵에서 6실점 경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패가 무너진 이란은 벌어진 점수차에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 전 주장 에산 하즈사피가 “자국 국민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후반 추가 시간에 타레미가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더 보탰다.
이란 대표팀은 ‘히잡 의문사’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월드컵에 임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여대생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구금됐다가 사망했고, 이는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하즈사피는 “우리나라가 처한 여건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며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족을 잃은 분들께 위로를 전하려고 한다”며 “대표팀은 그분들을 지지하고, 함께 아파한다는 사실을 아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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