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흑자 전환 위한 구원투수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 전격 복귀
마블, 픽사, 스타워즈 등을 보유한 '콘텐츠 제국' 월트디즈니 컴퍼니(이하 디즈니)의 주가가 21일(현지시간) 5.78% 급등했다. 전날 디즈니 이사회가 2020년 회사를 떠난 밥 아이거 전 최고경영자(CEO)를 CEO로 재선임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지난해 12월 디즈니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놨던 아이거 CEO는 1년도 안 돼 다시 디즈니 경영 최일선에 서게 됐다. 그는 올해 71세다.
불과 5개월 전 디즈니 이사회는 밥 체이팩 전 CEO의 임기 연장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그러나 일요일(20일) 밤 체이팩을 전격 해고하고, 아이거를 다시 불러들이기로 했다. 현역으로 다시 뛰기엔 적지 않은 나이의 전임자를 재소환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 같은 충격요법을 꺼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디즈니가 처한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는 얘기다.
디즈니는 왜?
돌아온 아이거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었다. 지방 방송국 기상 예보관으로 시작해 ABC 방송국 사장까지 올랐고, 1996년 ABC가 디즈니에 인수된 후에도 그 실력을 인정받아 CEO 직을 맡았다.
그는 디즈니를 콘텐츠 왕국으로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임 중 △'토이 스토리' '슈렉'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회사 픽사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카스 필름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 인수를 성사시켰다.
아이거는 그간 "디즈니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그러나 최근 충격적인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디즈니 이사회가 그의 복귀를 설득했다. 디즈니가 2019년부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사업 부문은 3분기 14억7,0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체이팩 전 CEO는 10일 "일부 인력 감축을 예상한다"면서 "중요 직책을 제외한 모든 업무 부서에서 신규 채용을 중단하고 필수 업무와 연관되지 않은 출장도 제한하겠다"고 주요 임원들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열흘 뒤, 해고 당사자가 된 건 CEO 자신이었다.
아이거 리더십 다시 통할까
체이팩 체제에서 디즈니플러스의 성적이 나빴다고만은 볼 수 없다. 가입자 수에서 디즈니플러스는 3년 만에 넷플릭스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3분기 기준 디즈니플러스의 전 세계 유료 가입자는 약 1억6,400만 명으로, 넷플릭스(2억2,300만 명)에 이어 2위다.
문제는 OTT 시장 자체의 성장세 둔화다. 여기에 애플, 아마존과의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긴커녕 기존 가입자 기반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올해 1분기 넷플릭스 가입자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배경이다.
이 때문에 최근 OTT 업체들은 가입자 유치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넷플릭스는 그간 암암리에 행해지던 계정 공유(하나의 계정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것)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디즈니도 다음 달부터 광고가 안 붙는 요금제 가격을 월 7.99달러(약 9,900원)에서 10.99달러로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아이거는 디즈니플러스 흑자 전환을 위한 대대적 수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그는 직원들에게 체이팩의 오른팔로 불렸던 카림 다니엘 디즈니플러스 담당 사장의 퇴사를 알렸다. 사실상 해임이다. 시장에선 아이거가 체이팩의 경영 방식에 불만이 많았다는 점에 비춰 당초 계획했던 요금 인상도 늦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CNN은 "아이거와 디즈니는 이제 투자자들에게 스트리밍 사업이 계속 성장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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