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이란전, 총 추가시간 27분 넘어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래로 최장 시간 기록
FIFA, 개막 전부터 방침 예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일명 '침대 축구'가 통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경기 지체 요인을 빠짐없이 추가시간에 반영하겠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책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B조 조별예선 경기에선 56년 만에 월드컵 최장 추가시간 기록이 나왔다. 이날 전반전 45분이 끝난 뒤 추가된 시간은 무려 14분 8초.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최장 기록이었다. 이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페르세폴리스 FC)의 부상 치료 시간을 반영한 결과였다.
후반전 45분이 지난 뒤에도 심판진은 13분 8초를 추가했다. 직전까지 양팀이 7골이나 넣으면서 세리머니, 경기 재개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란은 총 117분이 넘는 시간 동안 잉글랜드의 조직적 공세를 막아내야 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보여준 촘촘한 수비의 '늪 축구'도 대량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같은 날 열린 다른 조별예선 경기도 연장되긴 마찬가지였다. B조 미국-웨일스전에선 후반전 종료 뒤 총 10분 34초가 추가됐고, A조 세네갈과 네덜란드는 후반 45분을 마친 뒤 10분 3초를 더 뛰어야 했다. 통계전문사이트 옵타는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래로 가장 많은 추가시간 1∼4위 기록이 하루 만에 나왔다"며 "심판들은 지체된 시간을 정확하게 추가시간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가시간 반영은 월드컵 개막 전부터 FIFA가 강력하게 예고한 방침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열린 워크숍에서 FIFA 관계자는 "추가시간을 엄격하고 현실적으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피에르루이기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풋볼 이탈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월드컵 때부터 정확하게 경기 시간을 계산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번 대회에선 더욱 정밀하게 경기 시간을 계산할 것이며 이를 각 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동 축구의 전형으로 꼽히는 '침대 축구'는 득점 이후 실점 상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불필요하게 잔디에 드러눕는 등 고의로 시간을 지체하는 경기 운영 방식을 의미한다. 한국 대표팀도 2012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4차전에서 후반 30분 결승골을 내준 뒤 이란의 악명 높은 침대 축구를 경험한 적 있다.
그러나 침대 축구의 '원산지' 중동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선 추가시간이라는 묘안이 등장하면서, 경기 지연 전략도 의미를 잃을 전망이다. 오히려 선수들의 체력이 중요해지고, 경기 막판 승패를 뒤집는 '극장골'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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