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부터 12월4일까지 대구광역시 동구 석암미술관
'덕을 갖춘 아홉 개의 괘' 구덕괘 테마로 한 전시
"힘이 담긴 구덕괘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길 소망"
'주역의 화가'로 통하는 문인화가 사공홍주의 전시회가 11월28일부터 12월4일까지 대구 동구 석암미술관에서 열린다. 17번째 개인전이자 주역의 괘상을 테마로 한 전시회로는 5번째다. 전시회의 주제는 주역의 구덕괘(九德卦)다. 구덕괘는 역을 지은 중국의 문왕과 주공이 어려움에 처한 세상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덕을 갖춘 아홉 개의 괘를 의미한다. 작가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두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고 있는 만큼 아홉 개의 덕이 전하는 힘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기획하고 준비했다"고 밝혔다.
"가장 문인화 다운 그림들"
"이게 문인화 맞습니까?"
작가가 전시회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거의 선과 도형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재료도 먹물, 삼베, 광목, 아크릴, 캔버스 등을 사용하는 까닭이다. 사공 작가는 "문인화 중의 문인화"라고 설명한다.
작가에 따르면 문인화는 송대 성리학을 그림으로 풀어낸 장르다. 선비의 그림이자 시서화가 겸비되어 있고 보이는 사물을 그대로 그리기보다 문인정신을 투영해 사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주역은 모든 선비들이 풀어내고자 하는 책이자 그들의 정신세계에 영향을 미친 만큼 주역을 테마로 그리는 본질적이고 사의적인 그림 역시 문인화라고 봐야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오히려 가장 문인화다운 그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예와 기존의 문인화가 담아내지 못하는 우주 만물의 원리가 그 안에 있다"면서 "다만 재료와 표현기법이 바뀌었을 뿐 문인화의 본질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주역 문인화가 가진 소통과 치유의 힘
사공홍주 작가가 2013년부터 주역을 테마로 하기 시작한 것은 예술의 본질이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소통하고 치유하는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소통에 방점을 찍자 대중과 통하는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사고가 필요했다. 이전까지 추구한 문인화는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을 표현한 작품들로 모든 사람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주역은 옛 성현들과 선비들 모두 인정한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사유인 만큼 주역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을 누구나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확신으로 주역 괘상을 작품으로 만드는데 뛰어들었다.
"옛 어머니들이 물 한 그릇 떠 놓고 빌었잖아요. 그 물은 우주와 연결되는 고리 역할을 했습니다. 그 물의 자리에 주역의 괘상이 놓였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주역을 형상화한 괘상 작품은 우주의 본질과 연결되는 고리이자 에너지가 흘러나오는 창구입니다. 감상자가 주역 괘상 작품을 매개로 위로와 치유의 힘을 얻는 것이죠. 그것이 괘상 작품이 가진 소통과 치유의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하늘이 사람에게 주는 역할을 천명이라고 하는데, 저의 경우는 주역을 예술로 풀어내라고 붓을 잡게 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면서 "우주의 본질과 고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담긴 구덕괘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사공홍주 작가는 동양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 서울대 동양화과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1991년 경상북도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03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최우수상, 2020년 한국예술명작 최우수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심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서화평생교육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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