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녹화 중계하면서 태극기를 모자이크 처리하고 현대자동차와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만 의도적으로 가렸다. 북한 지도부가 연일 적개심을 표출하고 있는 한미 양국의 국제적 위상을 주민들에게 숨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23일 오후 10시쯤 프랑스와 호주의 조별리그 D조 1차전 경기 일부를 녹화 중계하면서 관중석에 걸린 태극기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또한 경기장 광고판에 등장하는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 광고도 흐릿하게 처리했다.
이날 오후 4시에 녹화 중계한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조별리그 C조 1차전 경기에서는 현대차뿐만 아니라 미국의 코카콜라 광고까지 없앴다. 반면 중국 부동산 재벌인 완다그룹 광고는 그대로 등장했다. 조선중앙TV는 앞서 21일 월드컵 개막식을 녹화중계할 때도 BTS 정국이 무대에 오른 장면은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월드컵 중계권을 사지 않았다. 다만 FIFA 또는 북한 요청에 따라 국내 지상파 3사가 합의로 인도적 차원에서 중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측에 중계 지원을 요청하면 지상파 3사가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측으로부터 영상을 지원받고도 자체 자막처리로 우리나라 업체의 광고를 지운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스포츠광’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주민들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지구촌 축제 월드컵을 어떻게든 방송 중계해 민심을 다독이되 껄끄러운 부분은 숨기려는 꼼수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도쿄올림픽과 올해 베이징동계올림픽도 같은 방식으로 녹화중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