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서울청 정보부장 피의자 조사
사고 우려 보고서 삭제 지시 정황
주요 피의자 2차 조사 금주 종료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24일 ‘정보 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을 불러 조사했다. 경무관급 인사가 피의자 조사를 받은 건 처음이다.
특수본은 이날 핼러윈 축제 사고 우려를 적시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한 혐의를 받는 박 경무관을 소환했다. 그는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박 경무관은 전날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피의자 전환됐다. 현재 입건된 경찰 관계자 8명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그는 참사 사흘 뒤인 이달 1일 서울 31개 경찰서 정보과장이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규정대로 삭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인물이다. 특수본은 해당 지시가 지난달 26일 용산서 정보과에서 작성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특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엔 ‘방역 수칙 해제 후 첫 축제인 만큼 많은 인파가 운집해 안전사고 등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경찰 수집 정보를 관리하는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에 등록됐다가 내규에 따라 72시간 뒤 삭제됐지만, 원본 보고서는 작성 정보관의 컴퓨터에 남아 있었다. 용산서 전 정보과장ㆍ계장은 박 경무관 지시 다음 날 원본을 지우도록 정보관을 강압ㆍ회유한 혐의로 입건됐다. 보고서를 직접 삭제한 것으로 알려진 용산서 정보과 직원도 전날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수본은 박 경무관이 삭제 지시를 내린 경위를 따져보고 있다. 지시 전 김광호 서울청장 등 윗선과의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윗선 조율 정황은) 없다”면서도 “박 경무관을 조사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장 책임자 이임재 전 용산서장(총경)은 이날 2차 조사를 받았고, 그에게 늑장 보고한 혐의를 받는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도 이틀째 특수본에 출석했다. 참사 당일 서울청 상황관리관이던 류미진 총경은 25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26일 2차 조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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