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프로야구 MVP 최고 한 해 보내
"내년도 활약 이어가고자 운동 시작"
"가족 되는 고우석, 좋은 기운 갖고 결혼"
올해 프로야구 주인공은 단연 이정후(24·키움)였다. 타격 5관왕으로 데뷔 첫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고, 가을 야구에서는 '언더도그'(약체팀)의 반란을 이끌었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이정후는 그러나 만족을 몰랐다. 누가 봐도 100점짜리 시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는 “우승까지 했다면 100점이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80점”이라며 “그래도 안 다치고 시즌을 마쳤다는 게 의미가 큰 것 같다”고 돌아봤다.
2017년 신인왕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이정후는 매년 정체되지 않고 성장했다. 이듬해에는 0.355의 높은 타율로 ‘2년 차 징크스’를 보기 좋게 깼고, 2019년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 시리즈 타율 0.412를 기록했다.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타격 타이틀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가져갔다.
꾸준한 성장의 비결은 ‘빠른 리셋’이다. 이정후는 “여운을 길게 가져가지 못하는 편”이라며 “다음 날이면 바로 잊는다”고 밝혔다. 그래서 시즌을 마친 뒤 4박 5일 일본 여행만 다녀오고 지난 21일부터 바로 운동을 시작했다. 이정후는 “다음에 또 타격 5관왕을 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당장 운동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며 “올해 타율이 작년보다 안 나왔는데, 더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숨 가쁘게 달려온 2022년을 곧 마무리하고 이정후는 어느 해보다 중요한 2023년을 맞이하게 된다. 내년 3월에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가대항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리고,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빅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이정후는 “2006년 WBC 1회 대회 때 아버지(이종범)가 멋진 모습을 연출(한일전 역전 결승 2루타)했고, 일본 도쿄돔에서 이승엽 선배가 역전 홈런을 쳐서 이긴 경기는 직접 봤다”며 “올해 잘해서 내년 WBC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혹시라도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출전 의지를 나타냈다. 이어 “전 세계에서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올 텐데 그들의 공을 잘 치면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못 치면 못 치는 대로 더 분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우리 팀이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빅리그 진출 관련해서는 키움 시절 선배였던 김하성(샌디에이고)에게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 일본 여행도 김하성과 함께 다녀온 이정후는 “(김)하성이 형은 내가 가야 할 길을 먼저 닦아준 거나 마찬가지라 멋있고 존경스러운 형”이라며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KBO리그 선수들보다 경기 전 준비를 훨씬 더 철저하게 하고, 안타 하나 치기 힘드니까 매 순간 전력질주를 한다. 허슬 플레이를 많이 하면 동료들도, 구단도 좋아해줄 것’이라는 조언도 많이 해준다”고 했다.
이정후는 내년 1월 가족이 되는 동갑내기 친구 고우석(LG)과의 첫 인연도 소개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상대로만 맞붙었다가 2016년 청소년 대표팀에서 동료로 처음 만나 친분을 쌓았다. 이정후는 “대표팀 시절 (고)우석이를 처음 봤는데 성격이 워낙 좋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말을 재미있게 했다”고 떠올렸다. 그런 '절친' 고우석이 곧 자신의 동생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이정후는 “왜 내 동생을 만나는지 모르겠다”며 웃은 뒤 “그래도 세이브왕을 차지하고 좋은 기운을 갖고 결혼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마지막으로 이정후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선 태극전사를 향해 “국가대표의 부담감과 사명감을 잘 알고 있다. 손흥민 선수가 부상을 안고도 합류했는데 국가대표는 그런 자리다. 국민 한 사람으로 나라를 위해 뛰어주는 것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