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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고흥서 실종된 '옹기운반선' 발견...유족들 "옷가지라도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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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 고흥서 실종된 '옹기운반선' 발견...유족들 "옷가지라도 나왔으면"

입력
2022.11.25 10:14
수정
2022.11.2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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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강진 봉황 옹기운반선 추정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추가 발굴
사고 희생 선원들 진혼제 추진


고흥앞바다에 침몰한 옹기운반선에서 발견된 백자발. 근대에 제작된 청화글씨가 쓰여졌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고흥앞바다에 침몰한 옹기운반선에서 발견된 백자발. 근대에 제작된 청화글씨가 쓰여졌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70여년 전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실종된 옹기운반선이 최근 발견됐다.

25일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고흥군 해역에서 실시한 수중문화재 신고해역 탐사에서 처음으로 침몰 옹기운반선 한 척이 확인됐다. 연구소는 지난 8월 고흥군 도양읍 소록화도 해역에서 조개를 캐던 잠수사의 신고를 받고 해당 유역에 대한 탐사에 착수했다. 선박은 수심 약 7m 해저에 침몰해 있었으며, 독·장병·뚜껑 등 다양한 종류의 옹기들이 선체에 실려 있었다.

해당 선박은 강진군 칠량면 봉황옹기마을에서 제작한 옹기를 운반하다 소록화도 해역에 침몰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윤석 국가무형문화재 옹기장은 "선박에서 확인된 옹기의 특징을 보니 봉황리에서 제작된 옹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께 실려 있던 백자발(백자 사기 그릇)의 제작형식으로 보아 침몰 시기는 1950년대로 추정됐다.

실제 1950년대 고흥 해역에서 봉황옹기마을 주민 해난 사고 두 건이 발생했었다는 점도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해준다. 1950년대 초 봉황옹기마을 주민 3명은 여수로 옹기를 팔러 항해하던 중 거금도 인근에서 실종됐다. 1954년에도 고흥 녹동 앞바다에서 옹기운반선 한 척이 사라졌다. 당시 선원들은 모두 실종됐고, 유류품 한 점도 찾지 못했다.

적재된 옹기들 사이로 보이는 선체편.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적재된 옹기들 사이로 보이는 선체편.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연구소는 이번 발견으로 근대 옹기 연구와 해상 유통 방식 등을 밝혀줄 수 있는 실증 자료를 확보한 동시에 실종 사고 유족들에게 70년간 확인할 수 없었던 가족의 자취를 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거금도 해난 사고 실종자 유족인 박종채(73)씨는 침몰선 발견 소식을 듣고 "아버지가 남긴 건 군대에서 찍은 사진 한 장 밖에 없는데 아버지가 가지고 갔던 옷가지라도 하나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향후 옹기운반선에 대한 추가 발굴 조사를 진행하고, 유족들과 협의해 사고로 희생된 선원들을 위한 진혼제를 올릴 예정이다.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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