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해 주시면 좋게 받아들이겠습니다."
그간 자신을 의심하던 축구 팬들의 시선을 한 경기 만에 뒤바꿨다. “팬들의 비판이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든다”며 앞만 보고 달린 나상호(서울)가 찬사와 함께 월드컵 데뷔전을 마쳤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24일 카타르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나상호는 이날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황희찬(울버햄튼)이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게 되자 파울루 벤투 감독은 나상호를 낙점했다. 나상호는 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된 자원으로 벤투 감독의 ‘빌드업’ 축구 철학을 잘 이해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팬들의 생각은 달랐다. 나상호는 지난 12일 카타르로 향하는 벤투호 승선 최종 26인 명단에 포함된 후 가장 많은 비난을 받은 선수였다. K리그에서의 활약이나 경기력이 부족함에도 계속해서 대표팀에 호출된다는 게 주 이유였다. 같은 포지션에서 더 잘하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상호도 팬들의 비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 19일 카타르 도하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판을 받는 게 스스로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며 “이번 무대에서 준비한 만큼 잘 보여드린다면 비판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그는 월드컵 첫 경기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경기 시작부터 자신의 장점인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발이 느린 우루과이 수비진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김문환(전북)과 적극적인 포지션 교체를 통해 상대를 쉴 새 없이 몰아치며 기회를 만들었다.
월드컵 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그동안의 비난을 씻어낸 나상호의 가치는 팀 동료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 중인 나상호 곁을 지나가던 조규성(전북)은 "상호 형이 제일 잘했어요"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상호는 팬들의 달라진 기류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뭘 잘했는지, 뭘 못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칭찬해 주시면 좋게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다음 경기가 잘못되면 또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어서 2차전 가나전만 보고 달릴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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