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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은 이제 없다? 2022년에도 이어진 ‘번식장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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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은 이제 없다? 2022년에도 이어진 ‘번식장의 비극’

입력
2022.1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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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 연천군의 한 번식장에서 발견된 사육견의 모습. 이곳은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은 영업장이었지만, 실제 허가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였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지난 17일 경기 연천군의 한 번식장에서 발견된 사육견의 모습. 이곳은 동물생산업 허가를 받은 영업장이었지만, 실제 허가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 상태였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허가받은 번식장에서 뜬장에 개를 키우고 자가 진료를 하는 등 불법행위가 다수 적발됐습니다. 현장에서는 자궁이 몸 밖으로 빠진 채 죽어가는 모견도 발견되는 등 사육 환경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17일 경기 연천군의 한 번식장을 찾았습니다. 80여 마리가 사육되는 이곳은 과거 문제가 된 ‘강아지 공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길게 늘어선 뜬장이 있었고, 뜬장 밑에는 개들의 배변이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습니다. 카라 관계자에 따르면 번식장 주변에는 개의 사체로 추정되는 백골들도 발견됐습니다.

사육 중인 개들의 처우도 열악해 보였습니다. 일부 개들은 뜬장의 틈을 빠져나가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고, 일부 사육장에서는 물그릇에 물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그나마 물이 있던 물그릇의 위생 상태도 열악해 썩은 물이나 다름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17일 경기 연천군에 위치한 한 동물 번식장의 모습. 개들의 그릇에는 식수가 거의 없고, 일부 개들은 뜬장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지난 17일 경기 연천군에 위치한 한 동물 번식장의 모습. 개들의 그릇에는 식수가 거의 없고, 일부 개들은 뜬장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모습도 보인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문제는 이곳이 합법적인 허가 절차를 거친 번식장이라는 점입니다. 카라 최민경 정책행동팀장은 동그람이에 “이곳은 2018년 동물생산업 허가제 도입 이전에 등록된 업장”이라며 “이런 시설들은 뜬장을 유지하더라도 바닥에 분뇨처리 시설을 갖춰야 법적으로 최종 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이곳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며 허가 취소 사안이라고 밝혔습니다.

허가 기준을 지키지 않은 점은 또 있습니다. 동물생산업 허가 기준에는 모견이 출산 이후 자견들과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격리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시설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개들이 적절한 의료 처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카라는 이날 현장에서 발견한 ‘루시’라는 장모 치와와 품종 개를 구하려다 실패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루시는 질 밖으로 자궁이 튀어나와 있는 상태로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습니다. 카라 활동가들은 당시 루시의 심각한 상태를 본 뒤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끝내 루시는 목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모견 '루시'는 자궁이 몸 밖으로 튀어나온 채 방치돼 있었다. 카라 활동가들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루시는 끝내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현장에서 발견된 모견 '루시'는 자궁이 몸 밖으로 튀어나온 채 방치돼 있었다. 카라 활동가들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루시는 끝내 목숨을 거두고 말았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번식장 주인 A씨는 루시의 상태에 대해 묻는 카라 활동가들에게 “자궁이 몸 밖으로 빠져나온 것을 보고 내가 손으로 넣어줬지만, 다시 빠져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약병과 주사기가 발견됐습니다. A씨의 말과 현장 증거들을 종합해 봤을 때, 수의사의 처치 없이 A씨가 자의적으로 진료행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카라 관계자들은 번식장에 남은 동물들을 구조하고 치료 중에 있습니다. 카라와 현장을 함께 방문한 연천군에서도 해당 시설의 허가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했습니다. A씨는 허가 취소 후에는 번식장 운영을 이어가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최 팀장은 “이 번식장 인근에도 다른 번식장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연천군에 인근 번식장에 대한 실태조사에 들어갈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카라는 죽은 루시의 이름을 따 동물생산업 및 판매업을 철폐하는 '루시법'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카라는 죽은 루시의 이름을 따 동물생산업 및 판매업을 철폐하는 '루시법'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카라는 세상을 떠난 루시와 같은 번식장 모견들이 더 나오지 않도록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 팀장은 “동물생산업계는 ‘강아지 공장은 모두 옛날 일’이라며 허가 받은 번식장들은 모두 기준을 준수하며 운영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그 주장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게 드러난 사례”라 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동물생산 및 판매를 완전히 철폐하는 ‘루시법’ 제정을 국회에 제안할 것”이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연대를 당부했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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