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와도 열정의 심지를 꺼뜨릴 수 없다"
우천 예고에 1차전 대비 인파 줄었지만
붉은 우비 입고 승패 떠나 "이겨라" 목청
경찰 현장 배치 늘려 안전 사고는 없어
"비? 더 와 봐라. 뜨거운 열정의 심지는 꺼뜨릴 수 없다!"
28일 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가나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경기가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쌀쌀한 날씨와 장대비에 응원 인파는 다소 줄었지만, 나흘 전 우루과이전 선전으로 달아오른 '붉은악마'의 응원 열기는 꺼지지 않았다.
거리 응원의 최대 변수는 우천과 한파였다. 이날 오후 추위를 동반한 최대 80mm의 강수량이 예보됐기 때문이다. 날씨 탓에 광장을 찾은 시민도 크게 줄었다. 주최 측은 광장 일대를 3개 구역으로 구분해 출입을 통제했는데, 경기 시작 1시간 전까지도 두 번째 응원 구역이 채워지지 않았다. 우루과이전이 있던 24일 같은 시간에는 이미 광장이 포화돼, 경찰이 세종대로 2개 차로를 통제해 추가 응원 공간을 마련했다.
광장을 찾았지만 세찬 빗줄기에 발길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이우택(38)씨는 "우의를 입어도 몸이 다 젖어서 너무 춥다"며 "집에서 시간 맞춰 경기를 보려면 뛰어야 한다"며 광장을 떠났다. 결국 경기 시작 시간인 이날 오후 10시 기준 광화문광장에는 2,500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모이는 데 그쳤다. 1차전 당시 광장에 운집한 2만6,000여 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궂은 날씨 속에서도 광장을 지키며 대표팀을 응원한 시민들 열기는 1차전 때보다 뜨거웠다.
주최 측은 응원 공간에 밀집한 시민들이 우산을 펼치다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막기 위해 수차례 우비 착용을 권장했다. 추위에 떨지 않도록 따뜻한 핫팩을 나눠주기도 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응원 구역에선 우산을 접어야만 입장이 허가했다. 시민들은 붉은 옷과 붉은색 머리띠, 그리고 붉은 우비를 뒤집어쓴 채 돗자리를 깔고 광장을 지켰다. 전반전 가나에 두 골을 내줬지만, 시민들은 '대~한민국'을 외치며 연신 흰 김을 내뿜었다.
시민들은 1차전 거리 응원 때 별다른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된 영향 탓인지, 안전 문제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경남 진주에서 왔다는 옥승현(28)씨는 "우루과이전 때 훨씬 많은 인파가 왔는데도 별일 없지 않았느냐. 멀리서 왔지만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장에 모인 붉은악마들은 붉은색 응원봉의 불을 켜며 오히려 비를 즐기고 있었다. 김서진(21)씨는 "광화문에서 함께 비를 맞아가며 한마음 한뜻으로 대표팀을 응원하다 보니 더욱 힘이 난다"며 "월드컵 하면 2002년이 아니라 2022년이 기억나도록, 대표팀이 잘 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밤 1차전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하고, 현장 배치 경찰관을 41명에서 150명으로 늘리고, 기동대도 8개 부대에서 12개로 증원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인파가 모이면서, 별다른 안전 문제는 없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