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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업무개시명령, 강경 대응 능사 아니다

입력
2022.11.3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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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직원이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여한 시멘트 운수 종사자들에게 전달할 업무개시명령서를 준비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직원이 화물연대 총파업에 참여한 시멘트 운수 종사자들에게 전달할 업무개시명령서를 준비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정부가 화물연대와 30일 두 번째 교섭이 예정돼 있는데도 끝내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즉각 반발했다. 지도부는 삭발까지 하며 “투쟁 결의”를 외쳤다.

화물차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도입 후 발동된 적이 없다. 따르지 않으면 화물운송 자격이 취소될 수 있어 노동자는 생계를 위협받게 된다. 화물연대가 명령 무효 가처분신청을 고려하면서 강대강 대치는 더 첨예해졌다. 사태를 중재해야 할 정부가 되레 기름을 부은 격이다. 법조계에선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의 강제노동 금지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노동인권 후진국이란 오명을 쓸 거란 우려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총파업 이튿날부터 업무개시명령 엄포를 놓았다.

국토교통부는 명령 발동 당일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명에게 명령서 전달을 시작했다. 명령 발동을 전제로 주소지를 미리 확보해둔 것이다. 애초에 대화와 협상으로 사태를 풀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어렵게 성사된 28일 첫 교섭에서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와 관련해) 권한과 재량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업무개시명령 명분 쌓기용 만남 아니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교섭을 앞두고 열린 브리핑에서까지 “강성 수뇌부가 주도하는 이기적 집단행위” “배후를 끝까지 추적해 사법 조치하겠다”고 거친 발언을 쏟아낸 이들은 진작 사퇴했어야 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었다. 대통령과 정부의 ‘민생’에 과적·과로로 안전을 위협받는 화물노동자의 삶은 없나.

노정 모두 강경 대응만 고집하면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없다. 화물연대도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동료에 대한 폭력을 멈춰야 한다. 산업 현장이 신음하고 있다. 두 번째 교섭은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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