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철강·석유화학 업계 '전전긍긍'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피해 우려 37곳 62건
화주측, 30일 피해사례 및 입장 발표 간담회
정부가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에 참여한 시멘트 업계 운수종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갈수록 노(勞)-정(政)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건설 현장 등에서 실제 피해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의 한 레미콘 업체 대표는 29일 "하루에 3,000㎡ 레미콘을 생산하는데 (파업 이틀째인) 25일부터 모두 멈춰 매출도 이익도 없다"며 "직원들 월급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해 누구한테든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공사 현장도 25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레미콘이 필요한 골조공사가 멈춰서 배선 등 다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정률은 53%, 골조공정은 60% 수준이다. 둔촌주공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골조공사가 늦춰지면 다른 공사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며 "한두 달 정도 이어지면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등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시멘트 업계는 경기 의왕시 오봉역 사고 이후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의왕 ICD의 시멘트 공장들은 5일 고용노동부 현장조사 이후 작업이 재개되지 않아 수급이 멈췄다. 의왕의 한 시멘트공장 관계자는 "사고 이후 남아 있던 2, 3일분을 빼고는 출하를 못 해 한 달 넘게 매출이 0원"이라며 "시멘트 물류도 정상화가 안 됐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물 차량 기사들도 운송을 안 하니 언제 다시 작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파업 장기화해 한파 오면 여파 '일파만파'
김영석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건설 현장에는 여러 업종의 사람들이 있다"며 "(화물연대 파업 탓에) 공사가 안 되니 일용직을 포함해 많은 인력이 손을 놓고 있다"고 푸념했다. 그는 또 "추운 날씨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물이 섞여 있는 레미콘이 얼어버리기 때문에 지금 바짝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사가 이렇게 늦춰지면 아파트 입주 예정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져 그 파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유화학 및 철강 업계도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화학이나 철강 공장 대부분 180~300도까지 열을 내는데, 이게 한 번 꺼지면 내용물이 다 굳는다"면서 "다시 공장을 가동해서 원래 수준까지 올리려면 중간재 손실이 어마어마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파업이 이번 주를 넘어가면 대다수 업체들이 생산한 재고를 더 쌓을 곳도 없어 문제가 더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역협회(무협)는 '집단운송거부 긴급 애로·피해 신고센터'에 이날 오전 8시까지 37개 업체가 62건을 신고했다고 밝혔다. 전날(31개 업체, 53건)에 비해 소폭 늘어난 수치다. 무협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접수 내용은 우려 혹은 피해 예상이지만 집단운송 거부가 장기화할 시 직접적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와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철강협회 등은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업종별 피해 사례 및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화주 측 입장을 알리는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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