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77일 평택공장 점거 파업
경찰, 헬기·기중기 손상에 손배소 제기
"경찰 헬기 투입 과잉진압… 위법 소지"
쌍용차 노동자들 "경찰, 소송 취하해야"
대법원이 13년째 계속된 쌍용자동차 파업 노동자와 경찰 사이의 손해배상 소송 다툼에서 사실상 노동자 측 손을 들어줬다. 경찰 헬기 등을 이용한 과잉진압에 대항한 노조의 헬기 파손 등 일부 불법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국가(경찰)가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와 민주노총,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정당방위 성립과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쌍용차 사태가 발생한 지 13년, 대법원 상고 이후 6년 5개월 만에 내려진 판결이다.
"진압 위한 헬기 투입·최루액 살포, 위법 소지"
2009년 5월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회사의 전체 인력 37%에 이르는 구조조정에 반발해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경찰은 이에 헬기를 투입해 공장 옥상에 최루액을 대량 투하했고, 기중기를 동원해 노조가 설치한 장애물을 부수며 강제진압에 나섰다.
파업은 77일 만인 그해 8월 6일 종료됐다. 경찰은 이후 진압 과정에서 헬기와 기중기가 파손되고 경찰 다수가 다쳤다며 노동자들을 상대로 14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노동자들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특히 2심은 파업 진압을 위해 투입된 헬기와 기중기를 파손한 행위 등을 불법으로 인정하고 11억여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지연 이자 탓에 배상금은 30억 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노조의 공장 점거 파업을 진압하려고 헬기를 투입하고 최루액을 공중에서 살포한 경찰 조치를 "적법한 직무수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면서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에 원심은 이를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중기 손상 책임에 대한 판단도 원심과 달랐다. 노조의 책임을 80%로 인정한 것은 형평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경찰의 과잉진압이 인정되는 만큼, 노조의 책임을 과도하게 인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불법 집회와 시위라고 해서 과잉진압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며 "다만 과잉진압에 대한 노동자들의 모든 대응행위가 불법이 아니란 의미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 "사실상 승소… 경찰 소송 취하해야"
쌍용차 노동자들을 대리한 장석우 변호사는 "(손해배상액 대부분을 차지한) 점거 파업 부분은 파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법원이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자들은 판결 직후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대법원 정문 앞에서 '쌍용차 손해배상액 30억 원'이라고 쓰인 A4 용지를 찢어 하늘 위로 뿌리며 "우리가 승리했다"고 외쳤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경찰청장에게 사과를 받았는데도 경찰은 소를 취하하지 않았다"며 "고통을 끝낼 수 있는 기회를 경찰에게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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