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못 쓴 개최국 카타르, FIFA랭킹 20위 이란
아르헨 꺾었던 사우디마저도 16강 진출 실패
사상 처음 중동 지역에서 개최된 월드컵 본선에서 중동팀들이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쓴맛을 봤다. 개최국 카타르는 3전 전패 수모를 당했고, 이란(1승 2패)이 탈락한 뒤 마지막까지 16강 진출 희망을 품었던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짐을 싸게 되면서다. 풍부한 오일 머니로 선수들을 자국 리그에 묶어 둔 정책이 되레 부메랑이 돼 돌아온 모습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일(한국시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3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1차전에서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격침하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돌풍을 이어가지 못한 채 결국 폴란드와 멕시코에 연달아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날 결과로 이번 대회 본선에 진출한 중동 3개국인 카타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는 모두 토너먼트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기후 적응 및 이동시간 절감, 홈경기와 다름없는 응원단 동원이 가능했던 이점을 살리지 못한 것이다. 직전 아시아 개최 대회인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개최국인 한국이 4강 진출(4위), 일본이 16강 진출(9위)한 성적과도 대조되는 결과다.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카타르는 세계 무대의 벽을 실감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 등 아시아 무대 최강자로 떠오른 듯했지만, 정작 자국에서 열린 본선에서 에콰도르(0-2) 세네갈(1-3) 네덜란드(0-2)에 전패했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20위)도 웨일스에 거둔 1승이 위안이다.
중동팀들의 월드컵 부진 배경으로는 지나친 자국 리그 우선 정책이 꼽힌다. 카타르 대표팀 선수들은 전원 알 사드, 알 가라파 등 자국 리그 소속이다. 사우디 역시 수도 리야드 연고인 알 힐랄과 알 샤바브 알 나스르 소속 선수들이 대다수다. AFC 챔피언스리그 외에 클럽에서 국제 경험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이번 대회에서 가장 존재감을 보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만 의미를 찾았다. 프랑스 출신의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월드컵의 수준은 매우 높다"고 인정하면서 "16강에 오르진 못했지만 나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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