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1일 집단운송 거부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꺼냈다. 휘발유 공급 차질로 주유대란 우려가 커지자 유조차 운송 기사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확대하기 위해 언제든 임시 국무회의를 열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 현황을 점검하는 등 노동계를 압박할 명분을 확보하면서 '무관용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화물연대를 향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민과 갈수록 악화된 대외 여건을 감안할 때 재화 운송 중단의 피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다시 발동하지 않도록 조속한 업무복귀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운송 거부로 인한 수도권 주유소의 휘발유 품절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유조차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위한 임시 국무회의 소집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이 부대변인은 "오늘 오후 2시 기준 품절 주유소가 49개소다. 지난달 29일 21개소에서 어제 29개소, 오늘 49개소로 늘었다"고 피해 현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7일간 시멘트, 철강, 자동차, 정유 등의 분야에서 출하 차질 규모가 잠정 1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실이 추가 업무명령개시 카드를 서둘러 꺼낸 배경에는 2003년 5월 노무현 정부 당시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 사례가 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화물연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후 석 달 만에 2차 파업에 돌입해 "법과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대목을 소개하면서 "정부와 노동계가 30여 년간 주고받기식 협상에 길들여져 있어 '버티는 쪽이 이긴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다소 진통이 있더라도 이런 관행을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는 뜻이 확고하다"고 했다.
서울과 대구 지하철노조가 전날 파업을 철회하거나 업무에 복귀하면서 대통령실의 강경 대응 기조엔 힘이 실리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제 위기 상황에서 물류 운송 마비와 지하철 출퇴근 대란을 자초하는 데 대한 국민의 분노가 크니 노동계가 느끼는 압박이 클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일관된 메시지가 주효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오는 6일 총파업을 예고했음에도 최대 조직인 금속노조나 대부분의 공공기관 노조들이 참여하지 않아 총파업 동력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대통령실의 판단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