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사 '강제 구조조정 없다' 합의
'퇴근길 대란' 비판...파업 하루 만에 협상 타결
작년 1조 손실..."무임수송 손실 국비지원해야"
인력 감축을 두고 갈등을 빚던 서울교통공사(공사) 노사가 1일 협상을 타결하면서 서울지하철 운행이 정상화했다. 하지만 1조 원에 달하는 공사의 재정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노사가 또다시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사 양측은 지난달 30일 오후 8시부터 협상을 재개해 1일 0시쯤 최종 합의하고 노사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측은 최대 쟁점인 인력 구조조정과 관련 ‘공사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지난해 노사특별합의서 내용을 재확인하는 문구를 올해 노사합의서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다. 또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결원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지난해 재정난으로 동결했던 임금도 '2021년 총인건비 대비 1.4% 인상'으로 접점을 찾았다.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조위원장은 “올해 단체교섭 최대 쟁점이었던 인력 감축에 대해 지난해 노사특별합의를 존중하기로 하면서 노사 간 대승적 타협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파업 하루 만에 노사 협상이 타결된 데 대해 노사 양측 모두 ‘퇴근길 지하철 대란’ 비판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업 여파로 한파까지 몰아친 지난달 30일 오후 퇴근 시간대, 서울 주요 지하철역에서는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서울 강남역과 잠실역 등 2호선 운행이 30분 넘게 지연되면서 안전사고 우려까지 제기됐다. 공사 관계자는 이날 “파업으로 지하철 운행률이 80%대로 떨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데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컸다”며 “노조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지하철 혼잡 관련 비판 여론이 들끓으면서, 서울시도 물밑 협상에 나섰다. 노조도 민주노총 지도부가 교섭 현장을 방문한 후 협상이 결렬됐다는 ‘기획 파업’ 의혹이 제기되자, 협상 타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타결로 노사가 파업 장기화라는 큰 고비는 넘겼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공사의 재정적자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해 공사의 당기순손실은 9,644억 원에 달한다. 올해도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번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도 공사가 2026년까지 전체 인력의 10%인 1,539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며 노조를 압박했다가 일단 유보한 것이다.
대신 노사는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노인ㆍ장애인 무임수송 등 공익서비스비용(PSO) 국비지원 국회 예산심의 통과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겠다고 명시했다. 실제 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적자 9,644억 원 중 50.3%인 2,784억 원이 무임수송 때문에 발생했다. 하지만 사안의 특성상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사측은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무임수송 손실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지하철 파업 문제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나서 무임수송 손실액을 해결하고, 지하철 요금 적정 원가를 산출한 뒤에 서울교통공사에 경영 효율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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