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NN방송, 한국 저출생 문제 보도
"한국, 한부모·동성부부에 '부모 자격' 인정 안해"
과도 노동·가부장제·정상가족주의 등 원인으로 지목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저조한 출생률(3분기 합계출산율 0.79명) 국가로 나타난 한국에 대한 미국 CNN 방송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CNN은 지난 4일 '한국이 2,000억 달러 이상을 썼지만 사람들이 자녀를 낳을 만큼 지불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게재된 기사에서 한국의 저출생 원인을 분석했다. 한국의 출생률이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은 물론, 미국(1.6명)이나 일본(1.3명)보다도 크게 낮으며 이는 연금 시스템을 지원하는 노동 인력의 부족이라는 문제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는 있지만, 만 1세 이하 영유아의 부모에게 지급하는 월수당을 늘리는 데 그치고 있다며 '발상의 전환'에까지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윤 대통령이 영유아가 자택이 아닌 보육원에서 길러진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고, 생후 6개월이면 걸을 수 있지 않냐는 발언을 하면서 출생과 양육의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한부모가정·동성부부·사실혼관계... "한국, 다양한 가정 형태 인정 안돼"
CNN은 이어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출생과 육아에 나서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를 다양한 각도에서 거론했다. 특히 이 방송이 가장 주목한 것은 '부모의 자격'에 대한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아기를 갖는 것은 젊은 이성 신혼 부부에겐 기대되는 일이지만, 그 외의 가정은 자녀를 기를 자격이 없다. 미혼 여성에겐 체외수정(IVF)이 제공되지 않고, 동성결혼은 인정하지 않으며, 사실혼 관계의 부부는 입양을 할 수 없다. CNN은 이를 "(미혼모에 대한) 청교도적 접근"이라고 표현했다.
1인 가정, 동성 부부 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사회적으로 인정돼야 오히려 자녀를 낳고 기를 가능성도 늘어난다는 접근 방식은 한국의 정치인들의 관점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나경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16일 MBC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겨냥해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걸로 인식되는 것 같다"면서 "이제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이 행복하다는 인식이 들 수 있도록 정책과 함께 캠페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달 25일 나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독교계의 '동성애·동성혼 치유회복운동'을 저출생 대책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동성애·동성혼 치유회복운동은 성소수자 성향을 치료해야 할 정신질환으로 보고 '전환치료' 등 비과학적 수단을 동원해 "치료"하려 하는 운동이다.
"사회적으로 육아 가치 저평가돼 출생률 떨어져"
CNN은 가부장제하에서 여전히 여성에게 가사와 육아 전담의 의무가 주어지는 상황도 출생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우선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가정을 형성하기 어렵다. 가계를 지탱하기 위해 맞벌이가 사실상 필수가 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아버지는 회사를 위해 희생하고 어머니는 가정을 지탱한다"는 인습적인 기대가 남아 여성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여성 대신 남성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잔업도 잦고, 업무가 끝나도 '회식'이라는 명칭의 "팀 빌딩" 문화가 남아 있다. 서류상으로 육아 휴직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를 이해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사회적으로 육아의 가치는 저평가되고, 자연히 결혼 또는 출생에 대한 거부로 이어지는 것이다.
'계간홀로'의 발행인 이진송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이해는 이성애 중심, '정상가족' 중심"이라면서 "장애나 질병, 생식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배제되고, 결혼과 출산, 육아가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비혼(결혼하지 않음)으로도 행복한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많은 전문가는 현재의 자금 투입 접근방식이 너무 일차원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대신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일생을 지속해서 지원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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