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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공)책

입력
2022.12.1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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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다 빈치의 '레스터 고문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메모장 '레스터 고문서' 일부. 위키피디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메모장 '레스터 고문서' 일부. 위키피디아

‘레스터 고문서(Codex Leicester)’라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공책이 1994년 옥션 경매에서 3,080만 달러에 판매됐다. 구매자는 MS사 창업자 빌 게이츠. 당시 기준 고서적 경매 최고가였다. 그 기록은 2017년 3,500만 달러에 팔린 후기성도교회(옛 모르몬교) 창시자 조셉 스미스의 모르몬경 필사본에 의해 깨지긴 했지만, 최근 기준으로 달러 가치를 환산하면 다 빈치의 공책 경매가(5,440만 달러)가 모르몬경(3,735만 달러)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모르몬경의 구매자는 후기성도교회 본부였다.

다 빈치 노트 가운데 남아 있는 것은 이탈리아 밀라노 암브로시아나 미술관에 소장된 ‘아틀란티쿠스 고문서’(1478~1519)를 비롯해 모두 11권. 다 빈치가 1506~1510년 무렵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가죽 양장 ‘레스터 고문서’는 29x22cm 크기의 72쪽 분량으로, 갈색 잉크와 분필을 이용한 300여 개의 스케치와 메모가 다 빈치 특유의 ‘거울쓰기(mirror writing)' 방식으로 기록돼 있다. 거울에 비춰봐야 글의 온전한 형태가 드러나는 ‘거울쓰기’는 왼손잡이인 다 빈치가 잉크 번짐을 피해기 위해 고안했다고 한다. ‘모나리자’의 배경이 된 물의 움직임을 스케치한 것과 해와 달 등 천체 관측과 관련된 과학적 테마들이 주로 담겨 있다고 알려져 있다.

레스터 고문서는 16세기 한 조각가가 남긴 상자에서 이탈리아 화가가 1690년 발견, 1717년 레스터의 백작 가문(Thomas Coke)에 팔았다. 이후 ‘레스터 고문서’라 명명된 노트는 후손이 상속세 등을 충당하기 위해 1980년 12월 12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해 512만6,000달러에 낙찰됐다. 미국 석유 재벌 아먼드 해머가 낙찰받은 그 가격도 2년 전 구텐베르크 초판 성경의 낙찰가 200만 달러 기록을 압도한 최고가였다.

1990년 해머가 숨진 뒤 유족은 다시 원고를 매각했다. 빌 게이츠는 ‘해머 고문서’로 개명된 문서를 다시 ‘레스터 고문서’로 고쳐 다수의 박물관에 임대, 시민들도 볼 수 있게 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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