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은 경기 후 곧바로 선수들의 목소리를 듣는 곳이다 보니 환희와 눈물, 회한이 쏟아지는 장소다. 6일 브라질과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1-4로 패한 한국 선수들은 눈물을 쏟았다. 결과에 대한 아쉬움과 벤투 감독에 대한 감사함,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 등이 뒤섞여 있었다.
가장 먼저 눈물을 보인 선수는 황희찬(울버햄튼)이었다. 경기 직후 방송 인터뷰에 나선 그는 감정을 추스르느라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유니폼과 손으로 눈물을 애써 감추던 그는 가까스로 “4년간 정말 기쁜 일도, 힘든 일도 많았다. 어려운 순간 팀이 함께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사실 이날 황희찬은 가장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초반 연이은 2실점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상대에 넘어갔을 때, 위협적인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16강행을 결정짓는 포르투갈전 결승골의 주인공도 황희찬이었기에 팬들도 가슴이 짠할 수밖에 없었다.
믹스트존에서 황희찬 못지않게 눈물을 흘린 선수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다.
황인범은 한국 대표팀과의 동행이 마무리된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는 “감독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황인범이라는 선수를 뭘 보고 쓰냐, 무슨 인맥이 있기에 저 선수를 쓰냐고 외부에서 말들이 많았다”며 “내가 감독이라면 흔들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과거 자신의 기용을 둘러싼 비판을 이야기하다 목이 메었다.
그리고는 “그런데도 나를 믿어주셨다. 그분 덕에 내가 앞으로 더 큰 꿈을 가지고…”라고 말하다 결국 뒤돌아서서 한참을 울었다. 벤투호 출범 초기부터 중용받기 시작한 황인범은 한때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고 대표팀에서 빠져야 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지만 벤투 감독은 그를 꾸준히 기용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역시 벤투 감독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떠나는 벤투 감독에 대한 질문에 한참을 감정을 다스리는 듯 말문을 열지 못하다가 “감독님은 항상 선수들을 보호해주고 선수들을 생각해주는, 선수들을 위해서 감독 자리에 있는 분이셨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감사 인사로는 부족할 만큼 많이 배웠다. 너무 아쉽지만 감독님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례적으로 믹스트존을 찾은 벤투 감독 역시 제자들에 대한 마음을 전하다 감정선이 흔들렸다. 한국 대표팀과 함께한 지난 4년에 대해 그는 “환상적이었다”며 “선수들이 보여준 태도, 프로로서 자세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서의 경험은 제가 죽을 때까지 기억할 그런 경험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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