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전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여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비록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아쉽게 패배하며 짐을 싸게 됐지만, 한국 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전반적으로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친 점이 고무적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4년 6개월 정도 팀을 맡으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강팀들을 상대로도 빌드업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통해 한국 축구도 상당히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마지막 브라질과의 경기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를 상대하게 된 한국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부터 긴장한 듯 보였다. 좀 더 즐긴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임했다면 보다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동시에 선수들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오히려 몸을 무겁게 만든 감도 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수비할 때 너무 볼 쪽으로 달려가서 뒷공간을 많이 내줬다. 수비 과정에서 협력하는 선수와 뒷공간을 커버해줄 선수의 호흡이 부족해 보였다. 이 부분을 잘 보완했더라면 실점을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황희찬의 적극적인 돌파와 전반전 김진수의 공격 가담 등의 기회가 맞물려서 더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전술 면에서 살펴보면 대표팀은 전반전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고, 후반 들어 4-1-4-1로 전환했다. 4-4-2 포메이션에서는 투톱인 손흥민과 조규성 외에도 양쪽 윙, 볼란치 2명 등 기본적으로 7, 8명이 상대 진영까지 올라가며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 볼을 탈취한 후 손흥민 조규성 황희찬 3각편대를 중심으로 역습을 노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협력수비 과정에서 뒷공간을 자주 내주며 계획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반면 4-1-4-1로 전환한 후반은 전반에 비해 훨씬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좀 더 내려앉으며 뒷공간을 잘 내주지 않았다. 전반전 1, 2골 실점 후에 바로 4-1-4-1로 전환했다면 더 좋은 기회를 만들지 않았을까.
한국 대표팀은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나타났던 아쉬운 장면을 보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모든 선수들이 잘 싸웠지만, 일단 축구는 골을 안 먹고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쉽게 실점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력을 좀 더 키워야 한다. 특히 수비 상황에서 공쪽으로 시선이 딸려 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부분을 좀 더 연구하고 분석해서 다음 대회를 준비하면 한국 축구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월드컵 이후 예정된 가장 큰 국제 무대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다. 감독에 따라 선수 구성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 등의 이유가 아닌 이상 지금 멤버의 80%가 그대로 대표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보여줬던 정신력으로 아시안컵을 준비하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믿는다.
전 축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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