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왕국:쌍방울·KH그룹의 비밀]
<3> 대장동과 그들의 관계는
배상윤 : 강도상해 사기, 김성태 : 도박 대부업
주가조작으로 함께 처벌… 음지서 제도권으로
M&A로 급성장… "어두운 과거만 부각" 억울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한 쌍방울·KH그룹의 수상한 역사를 두 달간 추적했다. 이들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덩치를 키웠고, 수상한 자금이 모이는 곳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검찰·정치권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별종 왕국을 건설한 두 그룹을 해부했다.
※[수상한 왕국:쌍방울·KH그룹의 비밀] [단독] 곽상도·대양금속·하얏트 주차장… 대장동과 쌍방울·KH의 연결고리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조직폭력배, 불법 사채업자, 주가조작, 51개 계열사(쌍방울)와 81개 계열사(KH그룹)를 거느린 회장님.
'별종 왕국'을 건설한 김성태(54)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배상윤(56) KH그룹 회장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쌍방울과 KH 측에선 '회장님'의 과거 행적이 과장됐다고 항변하지만, 두 사람에게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형사사건 판결문에 적힌 두 사람 행적은 비교적 뚜렷했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두 사람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었다.
배상윤 : 강도상해 → 사기 → 주가조작
검찰 수사기록에 적힌 배상윤 회장의 첫 직업은 ‘건달’이다. 강도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배 회장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배 회장이 1980년대 중반부터 전남 영광 일대 불량 서클인 난초파로 활동했다고 규정했다. 배 회장은 1991년 서울 강남에 진출했고, 조폭 간 세력 다툼이 살인사건으로 번진 이른바 ‘팔레스호텔 사건’에 가담해 이름을 알렸다. 1992년 말부터는 종로 일대 전자카지노업소 주변에서 업소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했다.
배 회장은 결국 1997년 청부 폭력조직 ‘신영광파’ 부두목 신분으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배 회장이 채무자를 납치하고, 나흘 동안 안마시술소 등에 끌고 다니며 폭력을 휘둘렀다고 봤다. 그는 신영광파 등 범죄단체 구성 혐의에 대해선 무죄가 나왔지만, 강도상해, 도검 소지, 상습도박, 공갈 등 혐의에 대해선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배 회장은 도박장 운영자금 제공 및 사기 혐의로 두 차례 더 유죄 판결을 받았다.
KH그룹은 이에 대해 "'난초파'는 폭력조직이 아닌 배 회장이 다니던 고등학교 친목 사모임이며, 배 회장은 팔레스호텔 살인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 불법 도박장 → 대부업 → 주가조작
김 전 회장은 도박개장과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06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은 ‘바둑이’ ‘포커’ 등 도박 게임물을 PC방에 유통하고 게임머니 판매 수수료를 챙겼고, 불법 도박 PC방 직영점까지 차렸다.
김 전 회장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고 50차례에 걸쳐 318억 원 상당을 빌려준 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은 높은 이자를 받고 주가조작에 필요한 돈을 대여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경제 공동체?' 죄까지도 비슷해진 행적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의 '금전적 인연'은 2007년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불법 대부업을 하고 있던 김 전 회장이 배 회장에게 1억 원을 빌려준 것을 계기로 금전 거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나이가 많은 배 회장에게 사석에선 "상윤이 형"이라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지에 있던 두 사람은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은 모두 2010년 쌍방울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배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1대 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인수 자금이 부족해 결국 김 전 회장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이후 배 회장은 2016년 조명회사 필룩스를 인수했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2019년)과 강원 알펜시아리조트(2021년)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회사까지 사들였다.
두 사람이 번듯한 사업가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로 함께 법정에 서기도 했다. 배 회장과 김 전 회장은 2010년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조직을 동원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배 회장은 80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수천여 차례에 걸쳐 통정·가장매매, 고가·물량 소진 매수, 허수매수 주문 등으로 시세조종을 했다. 김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배 회장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배 회장은 당시 쌍방울의 1대 주주 지분 인수권자였지만, 김 전 회장에게 빌린 19억 원을 갚지 못해 결과적으로 1대 주주자리를 빼앗겼다.
일각에선 어두운 과거만 부각시켜 두 사람을 재단해선 안 된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두 사람을 잘 안다는 한 사채업자는 “상윤이형은 진짜 제대로 기업을 하려 했고, 성태형은 사채를 하다가 기업을 떠안으면서 기업가가 됐다”며 “불우한 환경은 끝까지 불우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두 사람 모두 어엿한 사업가이고, 서로 잘 아는 사이라 CB로 자금도 빌려주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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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별난 검찰·정치인 사랑
①[단독] 쌍방울·KH, 윤석열 대통령 친정을 방패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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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빚 내 기업 산 뒤 전환사채 찍어 또…'무자본 M&A'로 덩치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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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자신 구속한 검사 사외이사로… 대형 로펌 통해 로비 시도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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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기이한 덩치 키우기
①[단독]"배상윤 회장 돈 세탁기였나" CB폭탄 돌리기 피해자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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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바지사장 앉혀 조종 ‘판박이’…추적 힘든 현금으로 기업 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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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장동과 그들의 관계는
①[단독] 곽상도·대양금속·하얏트 주차장… 대장동과 쌍방울·KH의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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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환사채와 주가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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